8강전 앞두고 전격 단일팀 합의…남북 선수 전원 동메달 확보
3일 오전 10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5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8강 남북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던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남과 북이 서로 경쟁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으로 8강전을 치르지 않고, 정말 오랜만에 한국도 북한도 아닌 하나의 코리아가 4강에 진출하게 됐다”고 남북 단일팀 구성을 알린 것이다.
남북 선수들이 8강 대결을 벌이는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준결승에 올라 결승 진출을 위해 힘을 모으는 동반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사상 첫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27년 만의 단일팀이 재현되는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관중석을 찾은 한국 선수단과 북한 측 관계자는 ‘하나가 된 KOREA’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한국의 양하은(대한항공), 서효원(한국마사회), 전지희, 유은총(이상 포스코에너지), 김지호(삼성생명)와 북한의 김송이, 김남해, 최현화, 서효심은 서로 악수하며 우애를 과시했다. 일부 선수들은 남북이 어울려 셀카를 찍어 역사적인 순간을 담았고, 양하은과 김송이는 포옹 장면을 연출했다.
남북 선수들은 단일팀 구성으로 모두가 승리자가 됐다.
8강 대결을 했다면 남북 대표팀 중 한 팀은 탈락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나란히 4강에 오르면서 9명 전원이 최소 동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세계선수권 단체전은 3-4위전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준결승에만 진출해도 동메달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남북 선수단이 평화와 화합의 힘으로 합작한 값진 메달이다.
신세대가 주축인 한국 선수와 어린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북한 선수들도 모두 단일팀을 반겼다.
양하은은 “역사 속에서만 들었던 단일팀이었는데, 단일팀이라는 역사 속에 있게 돼 영광”이라면서 “남북이 한팀이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북한의 김송이도 “어제 저녁 들었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1991년 (단일팀을 했던) 선배들이 부러웠다. 한팀이 된 이상 강해질 것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서로가 힘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의 안재형 감독은 “단일팀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고, 북한탁구협회 김청일 국제부장은 “(단일팀은) 좋은 구상”이라고 짧게 답했다.
남북 여자 선수들은 갑작스럽게 단일팀이 구성되는 바람에 한반도기를 단 공동 유니폼으로 통일하지 못했지만 ‘KOREA’라는 이름으로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에서 선배들이 해냈던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게 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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