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치기 어려운 유혹 ‘고의 패배’

떨치기 어려운 유혹 ‘고의 패배’

입력 2012-08-02 00:00
업데이트 2012-08-0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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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를 써서라도 메달을 따야 한다?”

올림픽 메달을 바라보는 선수들과 코치진은 고의 패배 전략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모양이다.

스포츠 정신의 ‘정수’인 올림픽에서도 ‘고의 패배’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다.

호주 올림픽 여자농구 대표팀의 캐리 그래프 감독은 일부러 지는 전략을 쓸 것처럼 말했다가 배드민턴 선수들이 실격되고 나서 태도를 바꿨다.

그래프 감독은 강력한 우승후보인 미국과 8강전에서 만나지 않도록 다음 경기에서 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고의 패배 전략을 쓰려면 확실하게 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2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경기에서 져주기 논란을 빚은 선수 8명이 전원 실격 사태가 빚어진 후 인터뷰에서 태도가 달라졌다.

그래프 감독은 “우리는 상대에 상관없이 매 경기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농구에서 유럽팀은 전통적으로 고의 패배 전략을 써왔지만 호주 대표팀은 다르다”며 거리를 뒀다.

지난 1일 배드민턴 여자 복식에서 중국 선수들이 한국에 일부러 진 것은 4강 대진에서 중국 선수끼리 붙지 않게 하려던 계산이 깔려 있었다.

제 실력대로 경기를 펼치면 4강에서 자국 선수끼리 만날 확률이 높아지자 이런 대진을 피하려 한 것.

결국 왕샤올리-위양 조는 정경은-김하나 조에 일부러 지는 우스꽝스런 짓을 택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배드민턴이 문제가 됐지만 다른 대회의 다른 종목까지 눈을 넓혀 보면 올림픽에서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자 비치발리볼에서도 고의 패배 의혹이 일었다.

당시 우승 후보로 꼽히던 미국은 비치발리볼 패자부활전 토너먼트에서 전력이 약한 호주에 9-4로 앞서고 있다가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11-15로 역전패했다.

이 결과를 두고 고의 패배 의혹이 일었던 이유는 ‘럭키 루저’라는 규정 때문이었다.

6팀이 겨루는 패자 부활전에서는 승리한 3팀이 16강에 올라가고 진 팀 중에서는 가장 득점이 많은 팀이 ‘럭키 루저’가 돼 16강행 마지막 티켓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럭키 루저’는 상대적으로 약한 팀과의 대진이 결정돼 있었다.

미국 비치발리볼 대표팀이 일부러 럭키 루저가 되려고 호주 팀에 졌다는 것이 의혹을 제기한 쪽의 입장이었다.

결국 패자부활전에서 엉겹결에 미국을 누른 호주는 16강에서 강호 스위스를 만나 탈락했고 미국은 약체인 멕시코를 만나 8강까지 올랐다.

겨울 올림픽에서는 거의 명백해 보이는 ‘고의 패배’로 금메달까지 딴 팀이 있었다.

스웨덴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그 주인공이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스웨덴은 슬로바키아에 0-3으로 졌다.

당시 스웨덴 대표팀의 뱅트아케 구스타프손 감독은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 앞서 일부러 져 주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만약에 스웨덴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이긴다면 8강 상대가 캐나다나 체코로 정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명실공히 아이스하키 최강국인 캐나다는 2002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고 하키 강국 체코는 1998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구스타프손 감독은 이런 대진에 대해 “한쪽은 콜레라고 다른쪽은 흑사병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결국 스웨덴은 실제 경기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지고 말았다.

경기에서는 슬로바키아 선수가 2명이나 퇴장 당해 매우 유리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스웨덴은 단 한 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않았다.

이 사실은 스웨덴이 ‘고의 패배’를 선택한 것이 분명하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렇다 할 이의제기가 없었다.

스웨덴은 결국 8강에서 캐나다, 체코를 모두 피하고 스위스를 만나 6-2로 격파했다.

승승장구를 이어나간 스웨덴은 금메달까지 차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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