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질주하는 김태균. 서울신문 DB
별명이 많아 별명마저 ‘별명’이 된 사나이 김태균의 마지막은 ‘김울보’였다.
김태균은 2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을 끝으로 20년 현역 생활을 정리했다. 담담하게 마이크 앞에 선 김태균은 “안녕하세요. 한화 이글스 김태균입니다”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눈물을 보이며 여러 감정이 뒤섞인 채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태균은 수시로 팬을 언급하며 고마움과 미안함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평소에도 좋은 팬서비스로 팬을 먼저 생각했던 만큼 팬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김태균의 얼굴에는 눈물과 미소가 교차했다.
김태균은 “우리는 팬들의 사랑으로 사는 사람”이라며 후배들에게도 팬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김태균은 “어릴 때는 야구만 잘하려고 노력해서 팬들의 소중함을 인지하기 쉽지 않았다”며 “점점 프로생활을 오래하면서 팬들의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은 인지를 못할 수도 있으니 빨리 인지해서 거기에 맞게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울보’가 된 김태균. 대전 연합뉴스
행동 하나하나에 수많은 별명이 붙는 김태균은 야구팬들에게 특별한 존재다. 팬들이 경기 외적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서 김태균만 한 지위를 가진 선수도 없다. 김태균은 팬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했고 창의력을 발휘하게 했다.
김태균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김태균은 ‘가장 기억나는 별명’을 묻자 “별명이 너무 많다”고 고민하더니 “어린 시절에는 ‘김질주’라는 별명이 좋았다. 덩치가 크고 느릿느릿한 선수라서 이미지가 다른 게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금 더 팀의 중심이 되면서 그때는 한화의 자존심이란 별명이 마음에 들었다”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김태균은 ‘어떤 선수로 기억해줬으면 싶나’라는 질문에도 “내 강점인 ‘김별명’이 있으니까 어떤 식으로라도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별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질주하는 김태균. 서울신문 DB
한화에서 ‘김우승’이 되지 못한 김태균은 우승의 꿈을 후배들에게 넘겼다. 김태균은 “항상 시즌 시작하기 전에 팬들에게 ‘올 시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인터뷰로 팬들에게 희망을 드렸는데 그 약속을 한 번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로 팬들에 대한 미안함을 나타내며 “후배들이 한을 풀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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