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카타르 도하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에선 이란 선수들이 5점째를 내준 후 그라운드에 앉아 있다. 로이터 도하 연합뉴스
지난 21일 카타르 도하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에선 추가시간이 27분16초에 달했다. 전반전 45분이 지난 후 14분8초, 후반전 45분이 지난 후 13분8초가 추가됐다. 전반전엔 이란 골키퍼의 부상 치료 등에 들어간 시간이 반영됐고, 후반전은 골이 많이 들어간 상황을 반영했다. 14분8초는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래 월드컵 최장 시간 기록이기도 하다.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가 유독 길긴 했지만 다른 경기라고 상황이 크게 다른 건 아니다.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웨일스의 조별예선에서도 양 팀은 후반전 45분이 지난 후 10분34초를 더 뛰었다.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도 전후반 5분씩 추가시간이 붙었다.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는 전반전 이란의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아래)가 부상당하면서 추가 시간이 길어졌다. 도하 AFP 연합뉴스
FIFA의 방침에 따라 그동안 지는 팀 팬들의 부아를 치밀게 했던 침대 축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침대 축구는 중동팀들이 이기고 있을 때 승리의 수단으로 많이 활용했다. 중동팀들에 여러 번 당하다 보니 한국팬들 역시 ‘중동 축구=침대 축구’라는 공식을 당연하게 여길 정도다. 그러나 누군가 침대 축구를 실행하면 그만큼 경기 시간이 늘어나 사실상 효용이 사라지게 됐다.
경기 시간이 연장전을 치르는 수준까지 늘어나게 되면서 선수들의 체력 문제도 경기의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선수들이 일말의 기회를 찾아, 또는 점수 사수를 위해 치열하게 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축구팬들은 흥미진진한 시간을 번 셈이다.
류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