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비수가 된 기적, 살려야 할 기회

입력 : ㅣ 수정 : 2018-09-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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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금 플라스틱과의 전쟁 중
‘기적의 소재’로 150년 누렸지만… 버려진 플라스틱은 바다를 삼켰고, 돌고 돌아 인간을 덮쳤다
플라스틱 컵·비닐봉지 대신 텀블러·장바구니를 들어본다… 우리의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기에
지난 2일 인천 강화군 초지대교 인근 해안가에서 재생용 플라스틱 수거업체의 한 직원이 분리 수거해 놓은 플라스틱 빨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26억개가 소비되고 있는 플라스틱 빨대는 크기가 작고 날카로워 바다 생물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 지난 2일 인천 강화군 초지대교 인근 해안가에서 재생용 플라스틱 수거업체의 한 직원이 분리 수거해 놓은 플라스틱 빨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26억개가 소비되고 있는 플라스틱 빨대는 크기가 작고 날카로워 바다 생물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플라스틱은 지난 150년간 ‘기적의 소재’로 불렸다. 값싸고 가벼운 데다 내구성이 좋아 인류의 삶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최근 플라스틱이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물질로 부상하자 세계는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퇴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기 위해 선보인 종이 빨대.

▲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기 위해 선보인 종이 빨대.

●한국, 플라스틱 소비 1위… 핀란드의 100배

정부도 이달 열린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에서 재활용이 어려운 폐비닐과 플라스틱 빨대를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간편하고 가성비 좋은 일회용품에 푹 빠진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소비 1위 국가다. 비닐봉지 414장, 플라스틱 98.2㎏. 우리 국민 1명이 1년 동안 소비하는 일회용품이다. 1년에 비닐봉지 4장을 사용하는 핀란드 사람들과 비교하면 100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 2일 인천 강화군 초지대교. 전날 중부지역에 내린 폭우로 물살은 누런 황토 빛이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자 정박 중인 작은 어선 사이로 떠내려온 페트병 등 플라스틱과 생활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바닷속에서 5㎜ 이하 크기로 작게 쪼개진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는 물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플라스틱 없는 슈퍼마켓 만들기’ 운동가 벤 포글은 한 언론에서 최근 인도양을 잠수할 당시 목격했던 모습을 “바다 표면은 평온했지만 수면 밑은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독성 수프 같았다”고 묘사했다.
경기 김포에 있는 한 재생용 플라스틱 수거 업체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집게차로 하역하고 있다.

▲ 경기 김포에 있는 한 재생용 플라스틱 수거 업체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집게차로 하역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 삼킨 해산물이 밥상으로

한 번 쓰고 버려진 플라스틱은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바다로 간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은 채 쪼개져서 떠돈다. 바다 생물은 미세 플라스틱을 삼킬 수밖에 없다. 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된 생선은 우리 식탁에 오른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은 돌고 돌아 인간에게 앙갚음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워낙 작아 내장 벽을 통과해 혈류를 타고 신체 장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 2015년 일본 도쿄에서 잡은 멸치 64마리 중 49마리가 체내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일 국내 유통 중인 천일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행동가들이 망원시장 앞에서 일회용 비닐 대신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행동가들이 망원시장 앞에서 일회용 비닐 대신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제로 마켓을 운영하는 배민지씨가 외출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챙기는 물건 3종 세트가 있다. 에코백과 개인용 수저, 텀블러다. 각각 비닐봉지,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 종이컵 등의 일회용품을 대신한다.

▲ 제로 마켓을 운영하는 배민지씨가 외출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챙기는 물건 3종 세트가 있다. 에코백과 개인용 수저, 텀블러다. 각각 비닐봉지,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 종이컵 등의 일회용품을 대신한다.

●망원시장, 장바구니 반납 땐 지역화폐 줘

이처럼 문제가 심각해지자 플라스틱 퇴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행동가 고금숙(41)씨는 “한 장의 비닐봉지가 175만개의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며 “시장에서 사용하는 검정 비닐봉지는 마음만 먹으면 안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회원들과 이달부터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입구에서 장바구니를 빌려주고 반납 시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플라스틱 없는 장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통업계도 플라스틱을 없애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매장에서 드실 거면 머그컵 어떠세요?” 커피전문점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얘기였다. 이제는 “매장에서 드시면 일회용품에 드릴 수 없습니다”로 바뀌었다. 스타벅스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엔제리너스커피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도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드링킹 리드’로 바꿨다.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 김포에서 재생용 플라스틱 수거 업체를 운영하는 박상진(46)씨는 “지난 4월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금지 이후 일회용품 반입량이 많이 줄었지만,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도 잇따라 폐기물 수입규제에 나서면서 쓰레기 대란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며 “재활용 관련 대책들이 세밀하게 잘 추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페트병에 담긴 생수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페트병에 담긴 생수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쓰레기 대란 언제든 재연… 정부 대책 촉구

플라스틱 쓰레기는 땅과 해양을 오염시켜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여름 나타난 전 지구적 폭염이 우리 국민의 인식을 많이 바꿔놨다. 제로 마켓(Zero market)을 운영하는 배민지(30) 대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세대에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는 게 우리의 의무라는 것이다.

글 사진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2018-09-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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