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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위헌 결정] “국민의 결혼과 성에 대한 변화된 의식 반영… 국가 개입 안 돼”

[간통죄 위헌 결정] “국민의 결혼과 성에 대한 변화된 의식 반영… 국가 개입 안 돼”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5-02-26 18:04
업데이트 2015-02-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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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위헌 결정 근거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간통죄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반복해 온 헌법재판소가 다섯 번째 심리에서 마침내 위헌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변화된 의식이 반영됐다. 9명의 재판관이 위헌 7 대 합헌 2 의견으로 간통죄를 62년 만에 폐지한 가운데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재판관들의 의견은 크게 세 가지 관점으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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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62년만에 폐지
간통죄 62년만에 폐지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 위헌 여부를 선고하기 위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헌재는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간통죄와 관련된) 형법 241조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왼쪽부터 서기석·안창호·이진성·이정미 재판관, 박한철 헌재 소장, 김이수·김창종·강일원·조용호 재판관.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위헌 의견은 박한철 소장과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5명이 다수 의견을 이뤘고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은 각각 다른 이유로 위헌 의견을 냈다. 반면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죄를 유지해야 한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박 소장 등은 “사회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 의식이 변화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간통 행위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국민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통 행위에 대해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 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라며 “전 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소장 등은 “간통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김이수 재판관은 간통죄에 대한 형벌적 규제가 아직 필요하다고 다수 의견과 거리를 두면서도 처벌 범위가 과도하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그는 “간통죄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고 형벌적 규제가 아직도 필요하다는 게 상당수 일반 국민들의 법의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간통 행위자와 상간자를 처벌하도록 한 것은 국가 형벌권의 과잉 행사”라고 주장했다. 강일원 재판관 역시 김이수 재판관과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간통죄 처벌 자체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지만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는 것은 형벌 간 비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유일한 여성인 이정미 재판관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공안 검사 출신인 안창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유지했다. 간통죄가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재판관은 “간통죄 처벌 규정은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 제도 보장 효과가 있다”며 “간통죄 처벌 규정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통죄의 폐지가 ‘성도덕의 최소한’의 한 축을 허물어뜨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성도덕 의식을 끌어내리고 성도덕의 문란을 불러 혼인과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촉진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간통·상간 행위의 처벌 자체가 위헌이라는 의견 5인, 성적 성실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간통 행위자(미혼) 등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 위헌이라는 의견 1인, 죄질이 다른 간통 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한 것이 위헌이라는 의견 1인 등 7명이 위헌 의견을 내 위헌 정족수 6명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5-02-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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