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지배구조 개편 ‘격랑’

신한금융, 지배구조 개편 ‘격랑’

입력 2010-12-29 00:00
업데이트 2010-12-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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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29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신한금융의 차기 경영진 선임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 행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했지만,행장 사퇴 전부터 차기 행장 후보군이 압축되는 등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최고경영진 간 내분으로 상처를 입은 직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행장 선임에 나설 경우 내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차기 회장.행장 선임 빨라질 듯

 이 행장은 이날 검찰의 불구속 기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한금융은 이 행장의 사퇴에 따른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에 자회사경영위원회(자경위)를 열어 차기 행장을 선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행장 후보로는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위성호 신한금융 부사장, 최방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이휴원 사장은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때 입행해 기업고객지원부 영업추진본부장과 투자은행(IB) 담당 부행장을 지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신한은행이 세계적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기는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노조위원장 출신이어서 직원들로부터도 신망이 두텁다.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동지상고 출신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있지만,관치금융 등 외풍을 막고 최고경영자 간 내분으로 위기에 처한 조직을 살리는데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위 부사장은 1985년 공채 출신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여서 조직 분위기를 쇄신시키는데 적합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신한금융 통합기획팀장과 HR팀장,경영관리팀장 등 요직을 맡으면서 기획력을 인정받았으며 라 전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참여한 최방길 사장은 2004년부터 3년간 구 조흥은행 부행장을 역임하고 구 조흥투자신탁운용 상무를 거쳐 조직 통합에 적합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최 사장은 지주사 사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사장 후보로는 최 사장 외에도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신한금융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최근 최고경영진 간 갈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회장,사장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하면서 사장 선임 여부를 차기 회장에게 위임키로 해 사장이 선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신한금융은 내년 2~3월 이사회와 주총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회장 후보로는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과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김석동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내분 재현 우려도

 하지만,차기 행장 조기 선임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행장 선임 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다.

 재일교포 주주나 직원들로부터 충분한 공감대를 얻지 않은 채 류시열 회장과 전성빈 이사회 의장,김병일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 3명으로 이뤄진 자경위에서 차기 행장을 선임할 경우 내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 노조 관계자는 “류시열 회장이 조기에 자경위를 열어 일사천리로 행장을 선임한다면 특정 후보 지지설에 대해 허무맹랑하다고 한 발언이 거짓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자경위에서 일방적으로 행장을 선임할 경우 차기 회장 선임 때까지 행장을 인정하지 않거나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지점장들도 내분 사태에 관련된 임원의 행장 선임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에 나설 태세다.

 신한금융 한 직원은 “노조가 노조원 외에 은행 간부들의 입장도 전달한 만큼 또 다른 조직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성명서 발표를 연기했지만,자경위가 직원들 뜻을 무시한 채 이번 사태와 연관된 임원을 차기 행장에 선임하기 위한 작업을 한다면 지점장들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의 이사직 사퇴 여부를 놓고도 구성원 간 이견이 엿보이고 있다.

 신 전 사장은 라 전 회장이 이사직을 유지하는 한 임기인 내년 3월까지 이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이 행장 역시 내년 3월 신한금융 주주총회에서 새 행장이 이사로 선임되기 전까지 이사직을 유지할 전망이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내분 사태에 책임이 있는 최고경영진 3인방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이 이사직에서 동반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일교포 한 주주는 “라 전 회장이 기소되지 않았지만,혼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며 “3인방 모두 사퇴해야 하며 차기 행장은 이사회나 특별위원회에서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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