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일자리 악화일로…경기침체로 ‘좁은문’

20대 일자리 악화일로…경기침체로 ‘좁은문’

입력 2012-11-07 00:00
업데이트 2012-11-0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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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의 먹구름이 20대 일자리부터 뒤덮고 있다.

경기 하강의 여파로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한 채 ‘스펙쌓기’에 골몰하는 20대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 하강에도 고용시장이 매월 40만명을 웃도는 일자리를 양산하면서 나타난 경기ㆍ일자리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도 머지않아 청년층을 시작으로 깨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나마 구직에 성공한 청년의 일자리도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면서 이직도 잦아졌다.

인력 구조조정 압박까지 거세지며 고용시장의 취약층인 20대의 취업 문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20대 비경제활동인구 비율 25년來 최고…질좋은 일자리 줄어

7일 통계청의 고용 통계를 보면 9월 20대(20~29세)의 비경제활동(비경)인구 비율은 38.4%였다.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일을 하지도, 일자리를 구하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비율은 경제활동인구 조사의 구직기간 기준을 4주로 늘린 1999년 6월 이후 가장 높다. 시계열 비교를 위해 구직기간을 1주로 잡아보면 38.7%로 24년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구직기간 4주 기준은 경제활동인구 조사 때 직전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느냐를 물어 실업자를 판단한다.

20대 인구에서 비경인구를 뺀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1988년 2월 이후 가장 낮았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기에도 그다지 회복되지 않았던 비경인구 비율은 최근 급등세다.

7월 35.5%에서 8월 38% 선으로 올라섰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도 38%선을 밑돌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특히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 보면 6월부터 넉 달 연속 상승했다. 지난 5월 36.1%에서 6월 36.6%로 상승한 데 이어 7~9월에 각각 36.7%, 37.6%, 37.8%로 올랐다.

20대는 국내 고용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연령대다. 경기 후행적인 고용시장도 청년층을 시작으로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권에 들었음을 보여준다. 기업도 신규 채용을 늘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불황의 장기화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곳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그나마 취업에 성공한 청년의 일자리도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것을 보면 9월 20대 취업자 가운데 전문가ㆍ관련종사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3.8%, 사무종사자는 7.4%, 관리자는 17.1% 감소했다. 이에 반해 서비스 종사자(10.4%), 판매종사자(5.4%), 농림어업숙련종사자(83.4%)는 크게 늘었다.

관리자와 농림어업종사자는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줄고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일자리가 늘어난 모습이 뚜렷하다.

이런 사정 탓에 이직률도 높다. 첫 일자리를 그만둔 청년층의 근속기간은 2007년 5월 17.6개월에서 지난 5월 15.6개월까지 떨어졌다.

◇20대 구직 대신 취업 준비만…경력직 선호로 더 위축

2010년 한 시중은행에 입사했다가 갑작스런 지방 발령에 6개월 만에 퇴사한 A(29)씨는 2년째 취업 준비 중이다.

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회사를 나왔지만 취업 문턱은 더 높아져 있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금융자격증까지 갖췄지만 웬만한 기업에선 서류전형조차 통과하기 어려웠다. 작년에는 유명 증권사에서 3개월간 채용을 전제로 인턴으로 일했지만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A씨의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대 젊은이의 자화상이다.

9월 기준으로 비경인구 가운데 취업준비 상태의 20대는 2008년 43만1천명에서 매년 줄어 2011년 38만6천명까지 감소했지만 지난 9월 반등해 41만8천명으로 불어났다.

9월 기준 비경인구 가운데 통학상태의 20대도 2008년 124만2천명에서 2009년 117만9천명으로 줄었다가 2010년 119만3천명, 2011년 121만5천명, 올해 126만5천명 등으로 계속 늘었다.

20대 청년실업자 중 직장을 떠난 지 1년이 넘은 ‘1년 이상 전직실업자’의 비중은 지난 9월 28.4%로 작년 같은 달보다 6.7%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실업자 중 취업 경험이 없는 신규 실업자의 비중은 지난해 12.9%에서 올해 9월 9.3%로 감소했다.

신규 실업자 비중이 줄었다고 고용 여건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졸업을 미루거나 취업준비 때문에 자발적으로 비경인구가 된 비중이 늘어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청년층이 원하는 정년이 긴 정규직 일자리가 계속 사라지면서 대학생의 재학기간과 구직활동은 길어지고 비경인구는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대의 취업문을 더 좁게 만드는 것은 경력직 선호 경향도 한몫을 하고 있다.

경기가 나쁠수록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사원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신규 채용인원 중 경력직 비율이 절반 이상인 기업은 30.4%에 달했다.

높은 생산성(46.1%)과 기존사업의 경쟁력 강화(27.1%)가 기업들이 경력직을 활용하는 이유다.

취업경험이 있는 구직자도 급증했다.

올해 1~10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등록된 경력직 구직자의 이력서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17만4천822명) 증가했다.

경력별로는 5년차 미만이 35.0%(6만1천104명)를 차지해 가장 이직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그룹 출신의 구직자는 전년 동기보다 5.0% 증가한 6만214명에 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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