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금융시장 반응
재계는 바짝 긴장했다. 경총 회장을 지낸 이수영(71) OCI 회장 등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재계 인사들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지자 후폭풍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OCI는 22일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이 회장이 2006∼2008년 OCI 미국 자회사인 OCI 엔터프라이즈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받은 보수 100만 달러를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개인계좌로 관리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해당 계좌가 2010년 폐쇄돼 현재는 존재하지 않으며 계좌에 있던 돈은 모두 미국 내 계좌로 이체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고가 누락됐거나 납세 사항이 있을 경우 즉시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이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장은 2008년 4월 2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리치먼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최소 2010년 초까지 보유했다. 앞서 이 회장 일가는 2009년 11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를 통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이 회장 장남 이우현 OCI 사장은 혐의가 인정돼 2011년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OCI 임직원들은 크게 술렁이는 가운데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OCI의 한 임원은 “그룹 경영 활동과 관련이 없는 일이고, 아는 바도 없다”고 입을 닫았다. 또다른 관계자는 “우리도 보도를 보고 해당 사실을 처음 알았다”면서 “이전에 소문으로라도 알려진 게 없어 직원들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정상적으로 출근해 업무를 보다가 오후부터 자리를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동생 조욱래(64) DSDL 회장과 조중건(81) 대한항공 고문의 부인 이영학(76)씨가 연루된 효성가와 한진가도 “그룹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며 이들과 선을 그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퇴임한 지 오래돼 어떻게 지내시는지 알지도 못하며 회사와 관계도 없다.”면서 “대한항공 보유 주식도 1000여주 정도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우려로 끝나지 않고 현실로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OCI, 효성 등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재로서는 탈세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OCI 주가는 전일 대비 1.00%(1500원) 하락한 14만 8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효성 주가는 다소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효성 주가는 전날보다 4.29%(2600원) 내린 5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 주가도 약보합세를 기록했다.
해당 기업과 관련자들은 조만간 사정 당국의 수사가 닥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호텔·리조트 등 부동산 사업을 하는 조 회장이 1차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에서 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탈세를 했는지,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에 대한 내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2013-05-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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