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쇼크’, 미국증시 타격…한국도 악영향

중국 ‘금융쇼크’, 미국증시 타격…한국도 악영향

입력 2013-06-25 00:00
업데이트 2013-06-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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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신용 경색에 대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돈줄을 죄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가운데 중국 유동성 불안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하는 시장 전문가도 있다.

중국 금융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흔들리는 신흥국의 타격이 클 수 있고 세계의 시장으로서 중국 역할을 고려하면 한국 시장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전문가 “중국 상황, 미국발 금융위기 때 수준”

24일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중국 증시가 5∼6%씩 폭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들이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뉴욕증시마저 중국발 불안의 여파로 1% 대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시장 불안이 단기 상황으로 그치지 않고 세계 경제, 그중에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출구전략 충격에 중국발 폭풍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인 신흥국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해를 끼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지 매그너스 UBS 고문은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에서 중국 신용 불안이 투자 급감, 성장 둔화, 금융부문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 자산·원자재 시장의 심리를 해치고, 달러 강세를 이끌며, 신흥국 자본 유출과 성장 둔화를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신용 문제가 오랫동안 위험요소로 꼽히기는 했으나 이번에 금융시장이 요동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대규모 세계 경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24일 중국 중소 은행들의 수익성이 자금난으로 인해 악화하고 민간기업의 대출이 어려워져 종국에는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그동안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빚을 내 앞다퉈 개발에 나서는 바람에 부채가 급증했고 세계 경제 위기 속에 성장이 둔화하면서 신용 상태가 부실해졌다.

특히 비은행권에서 취급하는 고위험 여신인 ‘그림자 금융’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연했고 금융권의 회계 불투명성도 신용거품의 원인으로 꼽혔다.

자금 경색에 빠진 은행들은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단기금리가 급등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그림자 금융으로 돈이 흘러갈 것을 우려해 은행들의 위기관리를 주문하며 유동성을 제한하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매그너스는 중국 금융부문에 대해 “대차대조표를 숨겨두고 있고 폰지(다단계)식 거래가 잦고 불투명한 유동성 상황에 있다”고 꼬집고 “이런 시장에서 규제 강화와 유동성 제약이 혼합되면 판단착오와 불안정성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의 큰손으로 꼽히는 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2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주택시장의 신용 문제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 당시와 비슷한 규모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과 같은 상황에 있다”며 “대출 상당 부분의 질이 악화하고 있고 은행은 이른바 신탁회사에 이런 대출을 감춰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중국 정부가 금융부문에 대한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른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버티고 있다.

모비우스 회장은 “은행이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정부가 은행들이 파산하도록 두지는 않을 것이므로 중국에서의 전개는 (미국 금융위기와) 매우 다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민은행이 은행 유동성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형식주의와 사치풍조 등을 타파하고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경제전략을 이행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뒤따른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신용거품이 상당한 수준이지만, 인민은행이 금융시장 통제권을 상실했다고 볼만한 신호는 아직 없다”며 “인민은행이 시진핑의 정치철학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도 타격 우려

국내 주식·채권·외환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의 신용 문제가 어느 정도로 큰 악재인지 판단은 저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분석가들은 한국 경제가 대외 의존도가 높고 중국의 영향력도 큰 만큼 중국에서 신용 우려가 커진 것만으로도 투자 심리가 저해된다면서 신중한 자세를 주문했다.

중국 정부가 구조 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단기적 현상이므로 전반적인 경제 위기 상황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더라도 ‘소나기’는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국발 유동성 위기가 전체 금융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중국발 유동성 우려는 미국발 유동성 축소 우려와 함께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충격이므로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금화 비중을 높이면서 핵심 우량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중제 연구원은 “미국 출구전략, 중국의 단기 금융시장 경색 등 악재는 노출되었으나 그 파장을 가늠하는 것이 힘들다”며 “미국 금리 상승이 조만간 완만해지고 중국 성장률은 하향 조정되겠지만, 당장 금융위기를 걱정할 단계는 아닌”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코스피 1,750∼1,780이 이런 시나리오를 반영해 가정한 바닥권 레벨”이라며 “다만 시장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미국채 10년물, 호주달러 등의 핵심 지표를 확인한 후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둔화하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옮겨 갈 수 있지만, 현재 중국 경제의 불확실한 상황은 국내 채권 시장에 호재가 되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소영 한양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둔화는 국내 경기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채권시장에 호재이나 이를 시장이 인식하기까지는 심리 회복이 우선이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기적으로 미국의 유동성 흡수가 집행될 때까지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에 심리가 불안한 모습이 지속될 수 있다”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리의 상단이 힘없이 열리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자금 경색이 아시아로부터의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외환시장 전망도 그리 좋지 않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현재 같은 중국의 금융 경색과 재정불균형이 지속되면 미국 양적완화 악재와 맞물려 아시아 통화에 대한 매도편향적 시각이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원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수출 단가가 내려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으나 중국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하면 결국 수요 감소로 수출 증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하반기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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