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단 “한-미 FTA 준용…세부 내용 흡사”
호주가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이번 ISD에 어떤 내용이 포함됐는지 관심이 쏠린다.이번 한-호주 FTA에 포함된 ISD는 기본적으로 한-미 FTA를 준용했다는 게 협상단의 설명이다. 기초 골격과 세부 내용에서 한-미 FTA와 한-호주 FTA의 ISD가 흡사하다는 것이다.
한-호주 FTA상 ISD에는 외국인투자자를 자국민보다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는 ‘내국민대우’ 조항과 협상 대상 국가의 투자자를 제3국 투자자보다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는 ‘최혜국대우’ 등 기본조항이 들어 있다.
투자자의 재산을 수용할 때는 ▲ 공공목적 ▲ 비차별적 방식 ▲ 신속·적절·효과적인 보상 등 한-미 FTA에 명시된 세 가지 주요 원칙을 따른다는 점도 그대로 준용됐다.
간접수용의 경우 공중보건·안전·환경·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같은 정당한 공공복지를 목적으로 한 규제 행위는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도 받아들여졌다.
투자가 정식으로 이뤄지기 전인 투자계약과 투자인가도 ISD 제소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한-미 FTA의 ISD와 같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미 FTA 체결 당시에도 ISD 제소 대상을 과도하게 확대한다는 비판 여론이 컸던 만큼 비슷한 논란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밖에 양국 투자자가 상대국 법원 또는 국제중재절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중재판정은 단심제로 확정력을 가진다는 등의 중재절차도 대부분 한-미 FTA 조항을 따랐다.
한-호주 FTA 협상단 관계자는 “호주 자원개발에 우리나라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했다는 점을 고려해 ISD에 자원·에너지 투자에 대한 보호조항을 특별히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ISD의 내용은 대동소이하지만 이를 둘러싼 협상은 한-미 FTA와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FTA 협상 때는 기간산업과 서비스업 등에서 우월한 경쟁력과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미국 기업의 무차별적 공세를 우려해 상당히 수세적인 입장이었지만 한-호주 FTA에서는 우리 측에서 공격적으로 ISD를 강하게 요구했다.
실제 1973년 이후 올 6월까지 호주의 대한(對韓) 투자 누적액은 21억8천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우리 기업의 대호주 투자는 149억7천만달러로 7배에 달한다.
조성대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한-호주 FTA에서 ISD를 도입함으로써 혹시 있을지도 모를 현지 중앙·지방정부의 차별적 대우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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