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시대, 5년만에 판도 변화

4대 금융지주 시대, 5년만에 판도 변화

입력 2013-12-26 00:00
업데이트 2013-12-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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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투증권 인수 농협금융 부상…체면구긴 KB금융 행보주목

2001년 출범한 국내 ‘1호’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민영화 방침에 따라 우리투자증권과 경남은행·광주은행 등 일부 계열사를 떼어낸 우리금융지주가 내년 초 우리은행과의 합병에 들어가게 되면서다.

2008년 KB금융 출범 이후 5년간 한국 금융업계를 이끌었던 우리·신한·하나·KB 등 ‘4대 금융지주 체제’도 무너지게 된다.

우리투자증권 인수로 비은행부문을 키운 농협금융지주는 업계에서 영향력을 대폭 확대하고, 우투 인수전에서 농협금융에 패한 KB금융은 KDB대우증권 등 다른 금융사를 인수·합병(M&A)해 권토중래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국내 첫 금융지주사’

정부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2000년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당시 부실 종금사로 영업정지된 한국·중앙·한스·영남종금을 통합한 하나로종금과,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한빛(옛 상업·한일은행)·평화·광주·경남은행 등 5개 금융사를 묶어 이듬해인 2001년 4월 우리금융지주를 출범시켰다.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을 모아 만들었지만 우리금융은 한국 최초의 금융지주사로 금융업계 판도 재편의 신호탄을 쐈다.

5개 자회사와 9개 손자회사를 거느린 우리금융의 총자산은 출범 당시 102조8천916억원으로 세계 90위권이었다.

같은 해 9월에는 신한은행·신한증권·신한투신운용·신한캐피탈 등 4개 자회사를 거느린 신한금융지주가 출범했다.

출범 과정에서 신한은행과 신한증권 주주들이 지주회사 설립에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등 진통이 적지 않았지만 최초의 민간 주도 금융지주회사로 우리금융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2005년 12월에는 하나은행과 대한투자증권 등을 주력 자회사로 하는 하나금융지주가, 2008년 9월에는 국민은행을 주력 계열사로 둔 KB금융지주가 출범하며 4대 대형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업계의 판도가 짜여졌다.

이후 금융지주사들은 은행분야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장기적인 먹거리를 개발하고자 인수·합병(M&A)과 해외진출, 영업기반 강화 등 부단한 도전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신한지주는 금융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2011년 기준 순익 3조원을 달성했고, 하나금융은 2012년 초 외환은행을 인수해 기업금융과 외환부문을 강화했다.

출범 당시 100조원 규모였던 이들 총자산은 올해 9월 말 기준 300조원 안팎으로 늘어났고 우리금융의 총자산은 400조원을 돌파했다.

다만 우리금융의 경우 출범 이후 외형을 키우는데는 성공했지만 내실은 키우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2010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민영화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경영의 효율성이 바닥을 치고 조직의 안정성도 민영화 작업이 재개될 때마다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민영화가 우리은행이 추락하느냐, 비상(飛上)하느냐를 결정짓는 동시에 국내 금융업계의 판도를 단숨에 바꿔놓을 ‘전환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세등등 NH금융·권토중래 KB금융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던 농협금융은 결국 ‘승자’가 됐다.

농협은행과 농협생명보험 등 주력 계열사에 증권업계에서 ‘우량 매물’로 불리던 우투증권까지 품에 안음으로써 비교적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협금융은 우투증권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

임종룡 회장은 올해 7월 취임 직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이 나온 만큼 우투증권 인수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공식 석상에서 잇따라 우투증권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임 회장이 NH농협증권과 우투증권을 당장 합병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지만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자산(35조5천억원)·자기자본(4조3천억원)·임직원 수(약 4천명) 면에서 KDB대우증권 등 다른 대형사를 따돌리고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막판까지 농협금융과 경합한 KB금융은 국민은행 시절 외환은행 인수 실패에 이어 지난해 ING생명보험과 올해 우투증권까지 각종 M&A를 실패하며 체면을 구기게 됐다.

자산과 수익 면에서 국민은행에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수익구조 개편도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2011∼2012년) 우리금융이 일괄매각 대상이었을 때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시나리오가 바로 우투증권 개별 인수였다”며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아니지만 ‘증권계열’로 시장에 나왔는데 인수하지 못했다는 것은 뼈아프다”고 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만,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해야 하는 KB금융은 최근 현대그룹이 매각을 발표한 현대증권이나 정책금융체계 개편으로 시장에 나올 대우증권 등 다른 증권사 인수전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여력이나 경영능력 등을 보면 대우증권 같은 대형 매물을 가져갈 곳이 많지 않다”며 “업계에서는 대우증권과 우투증권을 각각 KB금융과 농협금융이 가져가는 식으로 ‘판’이 짜였다는 해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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