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청소년, ‘성장통’이라 생각하는가/구본용 한국청소년상담 복지개발원 원장

[기고] 위기청소년, ‘성장통’이라 생각하는가/구본용 한국청소년상담 복지개발원 원장

입력 2013-05-28 00:00
수정 201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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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용 한국청소년상담 복지개발원 원장
구본용 한국청소년상담 복지개발원 원장
아이가 성장하여 청소년기를 거치고 성인이 되기까지 우리는 많은 변화를 보고 느끼며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바라고 또 바란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청소년 관련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는 여전히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또 그 부족함에 안타까움이 커진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성장에는 분명 많은 난관이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비행, 자살 등 소위 위기 청소년의 증가가 뚜렷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과도한 학업성취에서 기인한다고 말하지만 전적으로 그것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지금 우리 청소년의 문제는 복잡하고 심각하다.

2012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 집계한 상담서비스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 청소년의 ‘성장통’은 육체적 통증이 아닌 정신적 통증을 호소하는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특히 정신건강문제의 상담비율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하다.

개인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우울·강박·분노 조절·자살·자해 등 정신건강과 관련된 상담이 전체 상담 중 1위로 나타났다. 비율로는 전체 상담건수의 25.5%이며, 특히 고등학생 이상에서는 32.7%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5년 전인 2008년 당시 4.3%와 비교하면 매년 얼마나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번 경향 분석을 통해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남녀 청소년이 호소하는 고민 유형이 다르다는 점이다. 남자 청소년의 경우 인터넷 과다사용, 충동적·공격적 성격, 학교폭력, 학교생활 부적응, 등교 거부 등 주로 외형적인 행동으로 문제를 드러내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여자 청소년은 소극적·과민한 성격, 친구관계, 따돌림, 자해, 자살 문제 등 관계와 성격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자해와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청소년의 평균 키와 체력을 정기적으로 표준조사하면서 정작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인 이들의 고민 유형과 상담분석은 큰 사회적 공감을 불러오지 못하는 것 같아 일선의 담당자로서 아쉬움이 많다.

더욱이 늘 이런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가정과 학교의 대화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대책만을 늘어놓기 일쑤다. 하지만 이런 대안은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누가 주체가 되어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없는 모호하고 애매한 답안일 뿐이다.

청소년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문제를 인식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다.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면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이상 조짐이 감지될 경우, 인터넷을 이용해 ‘사이버1388’ 등 청소년 고민을 상담받아 보는 것이 좋겠다. 가까운 지역 청소년센터를 방문해도 충분히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부모들은 지역 청소년센터나 상담기관 등의 연락처 정도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또 행여나 청소년기의 고민을 누구나 겪는 고민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기고 있지는 않은지,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성장통’쯤으로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때다.

2013-05-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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