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하 주베트남FAO대표
같은 한자 문화권이라 호안끼엠처럼 한자에서 유래된 단어는 우리와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많다.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 여기도 추석은 큰 명절이고 중추(仲秋)의 베트남식 발음은 ‘쭝투’이다. 11세기에 생겼다는 옛날 교육기관이 시내에 있는데 그 한자 이름이 ‘국자감’(國子監)이고 ‘사서오경’(四書五經)을 즐겨 익혔다는 설명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제일 안쪽에 자리 잡은 공자 모신 사당에는 입시철이 되면 아들딸 합격하게 해 달라고 향 피우고 기도하는 학부모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우리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아 소득이 낮음에도 사교육이 대단하다.
오랜 전쟁으로 모든 산업 기반이 붕괴된 베트남이 1980년대 중반 도이머이 정책으로 대외 교류를 확대하고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도입해 놀랄 만한 경제발전을 이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세안(AEAN) 중에서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은 후발 국가로 분류되는데 그중에 베트남은 단연 독보적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농수산업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80년대 초에는 극심한 식량 부족을 겪었던 국가이나 지금은 세계 제1의 쌀 수출국이며 제2의 커피 수출국이고 고무, 수산물 수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오늘날의 베트남이 있기까지에는 베트남 국민의 근면하고 부지런함,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 등이 큰 원인이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국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한국은 베트남 개발 협력의 중요한 파트너로 의료, 교육,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원조를 해 왔다. 우리 기업들도 신발·의류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많은 투자를 했고, 최근에는 IT산업까지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확장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수교한 지는 20년밖에 되지 않지만 경제협력은 급속히 신장하고 있다. 양국 간의 교역 규모는 매년 20% 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8년 100억 달러를 돌파한 후 불과 4년 만인 2012년에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5년쯤이면 3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미 베트남은 이미 우리의 여섯 번째 수출시장이며 앞으로도 밀접한 교류가 확실한 미래의 시장이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고 내년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새로운 협력의 장이 열릴 것이다. 베트남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한국 교민이 10만명을 훌쩍 넘어섰고, 한국에 시집 온 베트남 여성이 6만명에 달한다. 우리 교민의 경제활동은 나날이 커지고 있고 한국에 시집 온 외국 여성 중 베트남 여성이 제일 잘 적응한다고 한다. 베트남은 문화 이웃인 동시에 경제 이웃이다.
2013-09-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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