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눈꽃 단상/구본영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눈꽃 단상/구본영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0-12-29 00:00
업데이트 2010-12-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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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창문을 열자 간밤에 내린 눈으로 세상은 설국(雪國)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파트 정원의 나목마다 화사한 눈꽃을 달고 있다. 그 순백의 아름다움에 찬탄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간사한 게 인간의 감정이라더니 출근길 눈 녹은 길바닥은 흉물스러웠다. 전철역까지 질척거리는 길이 성가시기도 했지만, 흙먼지와 뒤섞인 거무튀튀한 눈더미들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같은 성분의 눈을 두고 기분의 기복은 극과 극을 오간 꼴이다. 문득 중요한 것이든 하찮은 것이든 제때에,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한 무엇이든 아름다울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자들은 모두 매사를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지 말라고 가르쳤을 듯싶다. 불교에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세상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강조하지 않았는가.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라는 라틴어 경구도 마찬가지 메시지일 게다. ‘숨을 쉬는 한 희망도 있다.’는 뜻이란 점에서다.

구본영 수석논설위원 kby7@seoul.co.kr
2010-12-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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