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비밀계좌 폭로 그리스 언론인 무죄 석방

고위층 비밀계좌 폭로 그리스 언론인 무죄 석방

입력 2012-11-02 00:00
업데이트 2012-11-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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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ㆍ인권단체들 환영…IMF “그리스 부유층 세금 내야”

스위스 은행에 비밀계좌를 보유한 고위층 명단을 폭로한 뒤 체포된 그리스 언론인이 석방됐다.

그리스 법원은 1일(현지시간) 탈세 혐의를 받는 2천여 명의 비밀계좌 보유자 명단을 공개, 개인정보 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체포된 탐사보도 전문 주간지 ‘핫독(Hot Doc)’의 발행인 겸 편집장 코스타스 박세바니스(46)를 석방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는 명단을 보도함으로써 많은 사람을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피에 굶주린 사회에 내던졌다”면서 그리스 사회의 문제들은 무고한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주의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세바니스는 국민들은 임금 삭감과 치솟는 세금으로 고통받는 마당에 이 명단에 오른 유력 인사들은 몰래 스위스로 자금을 이전, 세금을 회피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개해야 할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언론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였다면서 “만약 내 부친 이름이 명단에 들어 있었더라도 공개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당국이 명단 내용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조사해 탈세범들을 처벌하기는커녕 오히려 진실과 언론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12시간의 심리 끝에 박세바니스의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이 제기한 모든 공소 내용을 기각했다.

이날 재판에선 그리스 국내외의 여러 언론인과 시민단체 인사들이 박세바니스를 변호하는 증인으로 나섰다.

짐 뷰멜하 국제기자연맹(IFJ) 회장은 검찰의 기소를 ‘터무니없는 웃음거리’라고 비판했으며, 아테네기자협회의 디미트리스 트리미스 회장은 “나라도 그와 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의 마렉 마르친스키 사무차장은 공공 이익을 위한 정보공개를 처벌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자 다른 언론인들에게도 자기검열을 하고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세바니스는 지난 27일 스위스 은행에 거액을 예치한 2천여 명의 실명이 기재된 이른바 ‘라가르드 명단’을 공개하면서 탈세 혐의를 제대로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유력 일간지인 ‘타네아’에도 실린 이 명단에는 전직 장관을 비롯해 사업가와 선주, 변호사, 의사, 언론인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명단은 HSBC 은행 스위스지점 직원이 2년 전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에게 넘긴 명단으로 최근 그리스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라가르드는 현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맡고 있다.

당시 프랑스 당국은 이 명단을 탈세자 소탕에 활용하라며 그리스 재무부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리스 당국은 명단 전달 사실 자체와 공개, 조사를 주저해 집권층과 유력 기업가가 연루돼 있어 명단을 덮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시달려왔다.

한편 IMF는 1일 그리스 부유층은 자신들이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는 등 국민과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제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그리스 상황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하면서 IMF는 그리스 국민이 나라를 되살리려고 엄청나게 노력 중이며 구조조정은 공정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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