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칼부림…영국도 이슬람 ‘외로운 늑대’ 테러 비상

대낮 칼부림…영국도 이슬람 ‘외로운 늑대’ 테러 비상

입력 2013-05-23 00:00
수정 2013-05-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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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급진주의자로 추정되는 괴한이 대낮 거리에서 군인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영국에도 ‘테러 비상’이 걸렸다.

22일(현지시간) 런던 동남부 울워치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미국 보스턴 테러처럼 서구사회 일반에 불만을 품은 ‘외로운 늑대’의 소행일 가능성이 거론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대테러·치안당국은 이번 사건이 우발적, 비조직적으로 일어난 외로운 늑대 형 범행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용의자 2명은 이날 오후 2시20분께 울워치의 영국 포병대 막사 인근 거리에서 군인을 흉기로 공격해 살해했다. 이들은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는가 하면 영국 정부를 겨냥한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

M15와 M16(해외정보국), 감청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와 군경이 참여하는 영국 합동테러분석센터(JTAC)가 이날 소집돼 사건 규명을 위해 논의할 예정이다.

영국의 테러대응 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자국 내 테러리스트의 자생적 성장을 크게 우려해 왔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경찰이나 M15(국내정보국) 등 정보기관의 레이더망에 잘 포착되지 않아 예방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영국은 50여 명이 숨진 2005년 7월 런던 동시다발 폭탄테러 이후 정보기구를 대폭 확대하고 국경 보안을 강화하는 등 각종 테러 대비책을 동원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가장 큰 위협은 나라 바깥의 테러 조직이 아니라 ‘내부의 극단주의자들’이 됐다는 게 M15와 런던경찰청 등 대테러 기관들의 최근 인식이다.

고립된 자국 내 무슬림들이 알 카에다의 온라인 영어잡지 ‘인스파이어’(Inspire) 등의 영향을 받아 극단주의 성향을 키운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 깊숙이 관여하고 최근에는 프랑스의 말리 군사개입을 도우면서 극단주의자들의 표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영국이 병력을 보내 직접 분쟁에 개입하는 지역은 아프간이 유일하다.

이번 사건 당시 범인 중 한 명과 대치하며 설득을 시도한 여성은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그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언급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녀에 따르면 범인은 “(피해 군인이) 이슬람교도들을 죽였기 때문에 살해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슬림들의 목숨을 빼앗는 인간들에게 신물이 난다”고 말했다.

특히 아프간 전장에서 돌아온 영국군 병사들이 공격대상이 되는 일이 점점 더 빈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프간 전사자들의 유해를 맞이하는 마을로 유명한 윌트셔의 우튼 바셋에서 한 테러조직이 군인들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꾸민 혐의로 수감되기도 했다.

시리아 반군 단체이면서 알 카에다 조직으로 분류되는 ‘알 누스라 전선’에도 일부 영국인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클 클라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교수는 “더 많은 경험을 쌓은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들이 앞으로 몇 년간 소말리아와 예멘 등 분쟁지역이나 이라크에서 영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출발지와 유입경로는 정보당국이 추적하기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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