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롤 못 뺀 이정미 대행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최종 선고일인 10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로 출근하고 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탄핵심판 선고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머리에 분홍색 헤어롤 두 개를 꽂은 채 출근해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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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P통신은 이날 머리 위에 핑크색 헤어롤 두 개를 얹은 이 권한대행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한국인 여성 재판관이 자기 일에 헌신하는 여성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선고 시간보다 3시간 전 출근한 이 권한대행이 ‘깜박 잊고’ 머리에서 헤어롤을 제거하지 않은 채 차량에서 내렸고, 이 사건이 한국 포털사이트 검색어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여성의 몸무게 같은 외적인 모습을 가혹한 농담 소재로 삼는 일이 빈번하다”면서 “그러나 이 권한대행의 모습은 아시아권 국가에서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되짚어 보는 순간이 됐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지적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과도 비교했다.
외신은 지난 2014년 수백 명의 학생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일에 박 전 대통령은 전속 미용사를 불렀고 첫 긴급회의 자리에 거의 ‘완벽한’ 머리 상태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 권한대행은 탄핵심판 선고기일이라는 중요한 날임에도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하거나 미용실에 들르지 않고 스스로 머리를 손질하는 소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AP통신은 “이 권한대행은 헌재 8인 재판관 중 유일한 여성”이라며 “그가 만장일치로 선고된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을 낭독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머리에 꽂고 나온 ‘헤어롤’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무거운 임무를 앞둔 긴장감에 이 권한대행이 인간적 실수를 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운명의 날’로 불린 이 날 오전 엄중한 분위기의 헌재 현장에 잠시 웃음꽃이 핀 순간이었다.
한편 누리꾼들은 동그란 핑크색 헤어롤 2개의 모양이 (탄핵)‘인용’의 초성(ㅇㅇ)을 상징한다거나 헌법재판관의 수인 ‘8’을 의미한다며 ‘근거 없는’(?) 추측이 나왔다.
누리꾼들은 이 권한대행의 헤어롤 사진에 대해 “올해 최고로 아름다운 사진”, “그 중대한 시국에 누구는 방에 틀어박혀서 미용사 부르고 이 분은 셀프로 하다 그냥 출근하시고, 정말 비교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서연 기자 w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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