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주한미군 감축설 왜…대북 협상카드냐, 방위비 압박용이냐

美서 주한미군 감축설 왜…대북 협상카드냐, 방위비 압박용이냐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5-04 17:03
수정 2018-05-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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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평화협정 연계 ‘선긋기’…“비핵화 종료된 미래에 논의 가능”

미국 워싱턴에서 또다시 주한미군 감축설이 불거져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펜타곤)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 옵션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펜타곤은 즉각 “한국에서의 임무와 병력태세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를 공개하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했다.

그럼에도 NYT 보도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한반도 안보를 지탱하는 한미동맹의 ‘근간’을 건드린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 정상간 담판에 따라 평화협정을 체결할 경우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할 필요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인식이 한·미 양국 조야에 온존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보도에 쏠리는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미 밝혔듯이 주한미군 문제가 평화협정 논의와 연계되는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스스로가 주한미군 철수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데다, 통일 이후에도 동북아안보의 안정판으로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협정 논의와 직접 연계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북미 정상이 첫 대변을 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의미있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인 비핵화 문제가 평화체제 논의와 연결될 수 밖에 없고, 평화체제 논의는 다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군축 논의를 포괄하고 있어 주한미군 문제가 완전히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현재 비핵화 문제를 놓고 큰 틀의 담판을 모색하고 있는 북미의 분위기로 볼 때 논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NYT도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의 협상 카드로 의도된 것은 아니라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완전히 달성하기 전까지는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주한미군 감축설이 나도는 데에는 해외 주둔미군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개인적 소신이 워낙 강한데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른바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독일, 일본과 함께 한국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한편으로 주일·주한미군 철수론까지 주장했다. 수십 년간 활동해온 주한미군의 유지 비용이 너무 큰 데다 북한의 핵무장도 막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마련해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사실이라면 이는 이미 장기적으로 진행 중인 계획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주한미군의 규모와 배치를 재고하는 것은 최근 북한과의 외교 상황과는 관계없이 이미 다뤄졌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된 미 의회의 시퀘스터(자동 예산삭감) 제도 때문에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 지상군 병력의 축소 압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미국 육군성은 2015년 7월 시퀘스터를 이유로 국방예산 감축 계획과 더불어 당시 육군 병력 49만 명을 2019 회계연도까지 42만 명으로 감축하는 전력(戰力)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육군성은 전 세계적으로 육군 병력이 이 수준으로 줄어들면 주한 미군의 감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었다.

현재 주한 미군 배치 병력은 통계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나 아직은 2만8천500명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하원 의사당에서 한 상·하원 합동의회 형식의 첫 국정연설에서 중국 등의 위협을 지적하면서 시퀘스터 제도를 없애고 군에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진행 중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 측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대두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으로, 올해 말 종료되는 협정 하에서 한국은 전체 주둔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9천600억 여원을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상 주둔비용의 전체를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양국은 1991년 제1차 협정을 시작으로 총 9차례 특별협정을 맺었으며, 2014년 타결된 제9차 협정은 오는 12월31일로 마감되기에 2019년 이후분에 대해 연내에 타결을 봐야 한다. 따라서 워싱턴에서 불쑥 불거져 나온 주한미군 감축설이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용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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