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담 기대 높이는 신호들
“北, 억류 미국인 3명 석방 임박”美방송 “핵실험장 철거 시작”
“북·미 최소 1년 북핵 논의” 분석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 부인 수전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 마이크 펜스(오른쪽)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워싱턴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언급한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 얘기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주목하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관련한 보도들은 미국과 북한이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갖고 정상회담을 준비해 왔음을 추론케 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부활절 주말(3월 30일~4월 1일) 평양을 극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아무 때나 풀어 주겠다”고 확약했다고 보도했고, 미국 CNN은 “두 달 전에 결정됐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발표한 것도 확실한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과 미국이 미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접촉해 북핵 문제를 본격 논의한 것이 최소 1년이 넘는다”면서 “탐색 기간까지 거치면 최초 접촉 시기는 그보다 훨씬 이전”이라고 말했다. 일부 정보 전문가들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CIA 국장 신분으로 북한에 가서 김 위원장을 만난 것 자체가 협상이 마무리 단계였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북의 핵실험 등의 중지 발표도 트럼프·김정은 간 충분한 사전 교감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북 정상이 판문점 회담에서 경협 관련 문제에 집중했던 것도 북·미 간 충분한 사전 협상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철거에 들어갔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이날 CBS방송은 북한이 폐쇄를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들에서 전선 철거를 시작했다고 미 정보기관을 인용해 전했다. CBS는 북한의 이 같은 행보를 “핵실험장 갱도들의 폐쇄를 향한 첫 번째 조치”라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 “이제는 이 문제(북핵)를 완전히 해결해야 할 때”라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협의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방법으로 핵을 전면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북·미 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서울발로 전했다. 아사히는 “CIA 당국자와 핵 전문가 등 3명이 지난달 하순부터 1주일 남짓 방북했다”면서 “북·미 양측의 사전 협의에서 북한은 핵무기 사찰에도 응하고 ICBM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북·미 협의 결과는 정상회담 합의문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우리는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PVID·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하도록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의 ‘완전한’(complete) 비핵화(CVID)에서 한발 더 나간 ‘영구적’ 비핵화를 강조했다. 영구적 비핵화란 북한이 현재 가진 핵무기의 폐기뿐 아니라 핵물질과 핵개발 시설·장비 등을 사용 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북한이 다시는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향하는 북한 비핵화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량살상무기는 핵과 ICBM뿐 아니라 생화학무기를 포함하는 만큼 고강도 사찰과 검증을 예고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CVID’와 ‘PVID’에는 용어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뜻의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체 없이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신속한 비핵화 시간표도 제시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한반도 역사의 진로를 바꿀 전례 없는 기회를 잡았다”면서 “우리는 시작 단계에 있고 결과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기회’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8-05-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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