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네현 옛이름 사용해 논란…”모종의 함의 가능성”
일본이 6일 항공모함급 헬기 호위함 ‘이즈모’를 진수했다.일본 언론에 따르면 약 1천200억엔(약 1조4천억원)을 들여 만든 해상 자위대 사상 최대 호위함의 진수식이 이날 요코하마(橫浜) 조선소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 등 정부·여당 요인들과 자위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길이 248m에 기준 배수량 약 1만9천500t(최대 배수량 2만7천t)인 호위함 이즈모는 최대 14대의 헬기를 탑재할 수 있으며, 헬기 5대가 동시에 뜨거나 착륙할 수 있다. 유사시 대잠 헬기 운용, 잠수함 공격으로부터의 함선 호위 등은 물론 국제 긴급원조 활동의 해상기지 역할도 가능하다고 일본 매체들은 전했다.
해상자위대의 종전 최대규모 헬기 호위함인 ‘휴가’와 ‘이세’보다 약 50m 길다. 미군 최신형 수직 이착륙 수송기인 ‘오스프리’도 탑재할 수 있다.
수술실과 35명분의 병상을 갖췄으며 승무원 약 500명 외에도 최대 450명이 숙박할 수 있는 거주공간도 구비됐다.
군사전문가들은 이즈모의 갑판을 개조하면 헬기같은 회전날개가 아닌 고정날개를 가진 전투기의 이착륙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에서 경량 항공모함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방위성 당국자는 NHK에 “전투기의 발착은 상정하고 있지 않다”며 ‘전수방위’(상대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 한해 방위력을 행사하는 것)의 기조에 부합하는 함정이라고 강조했다.
방위성은 향후 각종 장비를 갖춘 뒤 내년말 부대에 배치해 2015년 3월께 취역시킬 예정이다. 또 같은 형태의 호위함 한 척을 더 건조할 방침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호위함의 이름을 ‘이즈모’로 명명한 의도를 놓고 이런저런 말이 나왔다.
이즈모는 독도가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이 행정구역상 독도의 관할지로 정해 놓은 시마네(島根)현 동부의 옛 명칭이다. 또한 러일전쟁 때 동해에서 활약한 장갑 순양함의 이름이기도 하다.
일본 자위대의 새 함정은 옛 지명을 따서 이름짓는 것이 일반적이고 근대 이후 각종 해전에서 활약한 함정들의 이름을 다시 쓰는 경우도 많아서 옛 지명이자, 과거의 전함 이름을 다시 쓰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려 해왔다는 점에서 굳이 ‘이즈모’로 명명한 것에는 모종의 함의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 전문가는 “한국의 독도함(한국이 2005년 진수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송함)에 대항하는 의미에서 독도와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이름을 지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히로시마(廣島)에서는 68주기 원폭사망자 위령식·평화기념식이 열려 같은 날 일본 내 두 곳에서 서로 대조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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