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가 찍고 시인이 숨결을 불어넣다

사진가가 찍고 시인이 숨결을 불어넣다

입력 2013-05-25 00:00
수정 2013-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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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탁기형·전영관 지음·푸른영토 펴냄

탁기형은 사진가다. 정확히는 보도사진가다. 몇몇 신문사 사진기자를 거쳐 지금은 한겨레21 사진 부문 선임기자로 뛰고 있다. 그가 시인 전영관과 함께 포토에세이집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푸른영토 펴냄)를 냈다. 시인은 웅숭깊은 문장으로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고, 사진가는 감성 넘치는 사진으로 문장을 빛낸다. 흔하지는 않지만, 요즘 간간이 시도되는 형태의 책이다.

탁기형의 사진은 절묘한 압축미를 구사한다. 사진을 흘낏 보는 것만으로도 그가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혹은 사진 속 인물들이 무얼 드러내고 싶어 하는지를 단박에 알게 된다. 그가 오랫동안 보도사진 분야에 천착해 온 덕분일 것이다. 학부에서 예술사진을 전공한 그는, 그보다 몇 곱절 긴 시간을 치열한 역사의 현장에서 보냈다. 여러 함의와 다양한 복선으로 가득 찬 역사의 한 순간을 함축적이되 명료한 사진에 담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직업 정신’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에 주목했다. 그렇다고 숱한 연애지침서들처럼 사랑앓이에 대한 위로나 연애 방정식을 알려주는 법은 없다. 사랑과 이별에 공식이 없는데, 따로 해답이 있을 리 없잖은가. 어느 시인이 말했듯 “상처와 치유를 반복하며 견디라”는 게 충고라면 충고겠다. 사진가가 보여 주는 “깊고 넓고 여러 겹”인 세상 풍경도 결국엔 ‘상처와 똑바로 마주하기’에 맥이 닿는다. 1만 48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3-05-2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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