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차 한잔]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 1’ 펴낸 역사학자 이희진

[저자와의 차 한잔]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 1’ 펴낸 역사학자 이희진

입력 2013-08-31 00:00
수정 2013-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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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표 줄줄 외우는 ‘날줄 역사’ 씨줄로 엮어 큰 그림 완성했죠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 한다. 쓰는 자와 해석하는 자에게 휘둘리는 역사의 지배 논리. 그 진실 아닌 가짜의 역사는 편견과 왜곡이라는 이름으로 비난받곤 한다. 지금 과거사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치 중인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분쟁도 따져 보면 편견과 왜곡의 결정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이제 역사를 바로 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바로 보자는 방향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것이고 정관(正觀)의 변함없는 원칙은 있는 그대로의 총체적 직시다.

신간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 1’을 펴낸 이희진씨. 지금의 연표 나열식 역사 기술과 강요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통 크게 들여다보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신간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 1’을 펴낸 이희진씨. 지금의 연표 나열식 역사 기술과 강요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통 크게 들여다보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 1’(동아시아 펴냄)은 종전 역사 개념서, 교양서와는 다른 각도에서 동아시아 고대사를 꿰뚫는다. 한·중·일 3국의 나라별 역사를 연대기처럼 쓴 분리의 서술이 아니라 동시대의 일들을 연관지어 한 덩어리로 보게 한 구성이 신선하다. 저자 이희진(50)씨는 우리 학계에선 이단아처럼 여겨지는 사학자다. ‘나무가 아닌 숲’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고집 탓에 강단에서 자리 잡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떠돈다. “중도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는데 보수, 진보 양쪽에서 얻어맞기 일쑤지요.” 출간에 맞춰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만난 이씨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우리가 역사를 멀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저 연표식으로 나열하는 기술 방식과 부분적인 현상 해석을 변함없이 강요하는 학자들의 고집 때문이라고 봐요. 이제 역사는 재미없고 어려운 과목이자 영역이 돼 버렸지요.” 역사의 편린들을 발생 배경과 상호 연관성 차원에서 함께 해석한다면 ‘퍼즐 맞추기’식의 딱딱하고 까다로운 역사라는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한·중 양국이 갈등을 빚는 동북공정만 하더라도 큰 틀에서 보지 못하는 두 나라의 단견적인 이기의 지배 논리가 큰 요인이란다. “고대사에서 동아시아는 중심국이었던 중국 중화주의의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 기술과는 달리 각국이 나름의 주권과 힘을 충분히 과시하고 대치해 살았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동북공정의 큰 단초로 삼는 조공-책봉을 보는 사학계의 오류를 큰 문제로 지적한다. “조공-책봉은 지배와 복속의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중국에 더 큰 요구를 하고 이권을 주장했던 외교적 방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속국의 단초로 삼는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에 끌려가는 편견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한·일 고대사의 ‘임나일본부설’ 논쟁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의 주장에 기운 학설입니다. 가야 10개국 연맹체인 임나와, ‘일본서기’ 같은 일본 역사서에 등장하는 일본의 한반도 남부 지배체인 ‘일본부설’은 엄연히 구분되는 것이지요. 가야에 세력을 뻗쳤던 백제가 임나의 한 부분으로 왜를 끼워 넣었는데도 많은 한국 사학자들이 일본의 지배설을 따르고 있어요.”

‘황국사관’이며 ‘식민사관’으로 통칭되는 오류의 역사관은 있는 그대로를 똑바로 인정하고 큰 틀에서 다시 해석하는 자세를 가질 때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1990년대 이후 유물이 잇따라 발견돼 한반도의 청동기시대를 지금의 BC 10세기에서 BC 25세기 이전까지 올려 잡을 수 있는데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학계의 고집이 두렵습니다.” 이씨는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성무 박사의 큰아들이다. “부자지간의 역사를 보는 인식 차가 최근 들어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아 조금은 반갑다”는 그는 이제 또 다른 숲을 향해 더 큰 비주류의 목소리를 낼 태세다. 이번 동아시아 삼국지 후속 중세편을 이르면 연말쯤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3-08-3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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