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한센인들과 동고동락…푸른 눈의 ‘전라도 할매’ 이야기

40여년간 한센인들과 동고동락…푸른 눈의 ‘전라도 할매’ 이야기

김성호 기자
입력 2017-03-09 22:46
수정 2017-03-0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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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마가렛 두 수녀의 삶 책으로 출간… 새달 다큐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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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에서 40여년간 한센인들을 보살피며 수도자의 삶을 살았던 마리안느 스퇴거(왼쪽)와 마가렛 피사렉.  소록도성당 제공
소록도에서 40여년간 한센인들을 보살피며 수도자의 삶을 살았던 마리안느 스퇴거(왼쪽)와 마가렛 피사렉.
소록도성당 제공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40여년간 한센인을 보살핀 ‘한센인의 어머니’ 마리안느 스퇴거(83)와 마가렛 피사렉(82)의 삶이 영화와 책으로 나란히 만들어졌다.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 그리고 책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예담)이 그것. 한센인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함께 동고동락하며 성자적 삶을 살았던 두 수녀의 삶이 오롯이 담겼다.
오스트리아 출신 두 수녀의 소록도에서의 삶을 재조명한 다큐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 소록도성당 제공
오스트리아 출신 두 수녀의 소록도에서의 삶을 재조명한 다큐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
소록도성당 제공
책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소록도성당 제공
책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소록도성당 제공
두 수녀는 오스트리아 가톨릭수도회의 파견으로 1960년대 소록도에 입도해 각각 43년과 39년을 봉사하다 2005년 마리안느 수녀가 대장암에 걸리자 고국으로 떠났다. ‘현지인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써가며 자신들을 ‘전라도 할매’라 칭했던 두 수녀는 한센인들에게 반말과 구타가 일상화된 곳에서 한센인들의 곁을 늘 지켰다.

윤세영 감독이 연출, 이해인 수녀가 내레이션을 맡은 영화는 상영시간 78분 동안 두 수녀가 소록도에서 겪었던 43년간의 삶을 기록 영상과 실제 촬영 등을 통해 보여준다. 한센인과 의료인의 생생한 육성이 실감나게 전해진다.

특히 고향에 돌아간 뒤 치매로 요양원 생활을 하면서도, 소록도 생활을 “행복했다”고 회고하는 마가렛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전한다.

소록도 성당의 김연준 주임신부는 “마리안느, 마가렛 간호사님은 마음과 믿음이 각박해진 현대인들에게 ‘사람에게서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전 세계인의 귀감”이라면서 “우여곡절 끝에 성당 신도들의 헌금과 고흥군의 도움을 모아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영화는 다음달 개봉될 예정이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책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저자 성기영 작가는 “정말 드물게 순수하고 품위 있고 동시에 겸손하고 인간적으로 선한 분들을 목격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고흥군은 이들의 숭고한 봉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15건의 선양사업을 추진 중이며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7-03-1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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