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14번째 시집 ‘작가의 사랑’ 펴낸 문정희 시인
“한국 문학은 침묵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 같아요.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라는 말도 있듯이 여자라면 모름지기 입 다물고 묵묵히 일하는 맏며느리감이어야만 하죠. 이것이야말로 부정과 불의를 키우는 요인입니다. 러시아 소설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침묵으로 일관한 진실은 거짓’이라고 했습니다. 비로소 한국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한 것은 중요합니다. 변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니까요.”![내년에 등단 50주년을 맞는 문정희 시인은 여전히 시를 쓰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뜻밖에도 제 몸에 자본주의가 많이 붙어 있는 것 같아요. 문학을 실용과 바꾸고자 하는 심리 같은 것이요.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가 나의 전부이면 되는데 말이죠. 좋은 시인이 되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04/08/SSI_20180408165742_O2.jpg)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내년에 등단 50주년을 맞는 문정희 시인은 여전히 시를 쓰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뜻밖에도 제 몸에 자본주의가 많이 붙어 있는 것 같아요. 문학을 실용과 바꾸고자 하는 심리 같은 것이요.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가 나의 전부이면 되는데 말이죠. 좋은 시인이 되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04/08/SSI_20180408165742.jpg)
내년에 등단 50주년을 맞는 문정희 시인은 여전히 시를 쓰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뜻밖에도 제 몸에 자본주의가 많이 붙어 있는 것 같아요. 문학을 실용과 바꾸고자 하는 심리 같은 것이요.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가 나의 전부이면 되는데 말이죠. 좋은 시인이 되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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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눈을 감은 채, 사내라는 우월감으로/근대 식민지 문단의 남류들은 죄의식 없이/한 여성을 능멸하고 따돌렸다./(중략)/꿈 많고 재능 많은 그녀의 육체는 성폭행으로/그녀의 작품은 편견과 모욕의 스캔들로 유폐되었다./이제, 이 땅이 모진 식민지를 벗어난 지도 70여년/아직도 여자라는 식민지에는/비명과 피눈물 멈추지 않는다.’(‘곡시’ 중)
“김명순은 한국 최초의 여성 소설가이자 여성 최초로 시집을 낸 시인이에요. 일본에서 데이트 강간을 당했고 이것이 빌미가 되어 많은 한국 남성 문인들에게 사회적인 폭력을 당했죠. 이후 행려병자가 되어 문단에서 사라졌어요. 한국 현대문학사는 남성 중심의 기술이 만들어낸 반쪽의 문학사이기 때문이죠. 이 시는 제가 갑자기 쓴 게 아니에요. 4년 전부터 여러 논문을 읽으며 자료 조사를 하다가 2년 전에 한 계간지에 발표했어요. 최근의 흐름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는 걸 보면 이 시가 중요한 분수령을 이루는 역사적 시점에 서 있는 듯합니다.”
“눈물에서 태어난 보석” 같은 이 땅의 딸들을 위한 문 시인만의 생명력 넘치는 시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내년이면 등단 50주년을 맞는 시인은 자신이 남성 중심 문단에서 견뎌 온 무수한 시간을 되돌아보며 현재 아픔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격려했다.
“창작 자체에서 좌절감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패거리의 견제에 의해 기회를 박탈당하고 뒤로 물리는 일은 무수히 겪었죠. 그럴 때마다 난 슬프지 않았어요. 오히려 ‘좀더 앞으로 가자’고 생각했죠. 제가 외국에서 강연할 때도 한 이야기지만 여성의 몸속에 있는 자궁은 단지 여성의 자궁이 아니라 인류의 자궁입니다. 창조의 모태이자 대지모(大地母)죠. 여성들 스스로 사회적 타자, 압박받는 존재가 아니라 아름다운 모태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더이상 머뭇거리거나 슬퍼하거나 그늘에 서 있지 말고 찬란한 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4-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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