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 ‘고문’처럼 살아가는 인생들의 공간

한 평… ‘고문’처럼 살아가는 인생들의 공간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18-08-16 17:54
수정 2018-08-16 18:3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고시원 기담/전건우 지음/CABINET/432쪽/1만 3800원

이미지 확대
취업준비생, 고시생, 외국인 노동자, 가출소녀…. 한 평 이상의 방도 꿈꿀 수 없는 밑바닥 인생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도시의 고시원이다. 변두리 시장통에 자리한 고시원이 하나 있다. 이름은 ‘고문 고시원’. ‘공부의 문’이라는 뜻으로 ‘공문고시원’으로 지은 이름이었는데, 어느 날 ‘공’ 자에서 받침이 떨어져 나가며 인생을 ‘고문’처럼 사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됐다.

저자는 ‘고문고시원’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추리와 무협, 스릴러 SF 등 서로 다른 장르의 이야기를 섞어 넣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유령이나 다름없다.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그렇다. 고문고시원의 잔류민들은 모두 유령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23쪽)

죽은 사람과 대화하고, 초능력이 생기고, 유령이 돌아다니는 기이한 사건들이 이어지는 고문고시원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자의 주제 의식을 떠올리게 된다. 장르적인 방법으로 사회를 고발하지만,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작품 전반에 깔린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저자가 이 이야기를 구상한 것은 10여년 전 부산에서 서울로 와 신당동의 한 고시원에 살게 됐을 때였다고 한다. 홈페이지로 본 고시원은 주방도 널찍하니 깔끔하고 머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창문 있는 방은 3만원이 더 비싸다’는 고시원 총무의 말을 듣고 환상이 깨졌다. 건장한 성인은 오가기도 어려울 만큼 좁은 복도에, 옆방에서 들릴까 봐 소음도 내기 어려운 이곳에서 약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구상한 이야기가 비로소 독자와 만나게 됐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8-08-17 3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2 / 5
상속세 개편안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상속되는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이 75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피상속인(사망자)이 물려주는 총재산이 아닌 개별 상속인(배우자·자녀)이 각각 물려받는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유산취득세)이 추진된다. 지금은 서울의 10억원대 아파트를 물려받을 때도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20억원까진 상속세가 면제될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속세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동의한다.
동의 못한다.
2 / 5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