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 덜한 지방분권 개헌 카드…선거제 개편은 野에 ‘주파수’

이견 덜한 지방분권 개헌 카드…선거제 개편은 野에 ‘주파수’

임일영 기자
임일영 기자
입력 2017-11-01 22:26
수정 2017-11-0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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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개헌

文대통령, 국회 본회의장서 개헌 의지 피력
덜 민감한 이슈로 논의 가속화 유도한 듯
한국당 뺀 4野, 이미 선거개혁 민정연대 꾸려
안철수 “국회에서만 진행할 수 없는 이슈”
文 “정부도 책임 있는 역할 다할 것” 호응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 지방선거(6월 13일)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회의 개헌 논의를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기능을 다한 1987년 헌법을 대신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개헌을 추진한다는 대선공약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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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은 현수막, 한 손은 악수
한 손은 현수막, 한 손은 악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현수막을 들고 시위 중인 자유한국당 김도읍(왼쪽 세 번째)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공영방송 장악 음모! 밝혀라’, ‘북핵 규탄 유엔 결의안 기권! 밝혀라’ 등의 대형 현수막을 들고 항의했다. 문 대통령이 밝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자 김 의원은 한 손에는 현수막을 들고 한 손으로 악수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눈여겨볼 지점은 시점과 장소다. 문 대통령이 공약을 했음에도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개헌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헌법 전문 정도만 손보려는 것 아닌가’란 식의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제5회 지방자치의날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이 지방분권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의 필요성을 공론화한 것은 또 다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관철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적극적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개헌의 내용과 관련, 문 대통령은 기본권 확대와 지방분권 및 자치의 강화를 강조했다. 현재 국회 헌법개정특위의 개헌 논의가 권력구조 방향을 놓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덜 민감한 내용을 앞세워 개헌 논의에 가속도를 붙여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문 대통령이 권력구조와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도 ‘개헌 관련 공약 내용을 고집하지 않고 국민의 의견에 따른 개헌 추진’이라고 밝히는 등 권력구조의 형태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을 보여 왔다.

지방분권과 함께 언급한 기본권 확대 역시 국민주권뿐만 아니라 환경권 등 광의의 헌법적 가치를 다룬다는 점에서 여야 간 의견 차이가 크지 않은 이슈란 점에서 덜 민감한 내용이다.

선거제도 개편 역시 야권을 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나머지 여야 4당은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민정연대’를 꾸려서 관련 논의에 착수하는 등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에 공감했다.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5부요인과 여야 대표의 차담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개헌과 선거법 개정은 미래설계의 기반이므로 매우 중요한데 제대로 진행이 될지 우려가 깊다”면서 “국회 안에서만 진행할 수 없는 게 개헌인 만큼 개헌과 선거법 개정에 대통령이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으로 새로운 국가의 틀이 완성되길 기대하며 정부도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결과적으로 호응하는 모양새가 됐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7-11-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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