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전화 빗발치고 일부 당원 탈당…“잘한 게 없다” 내부 비판 많아“정무감각 부족에 공든 탑 무너져” 안타까움…“진보정당 마녀사냥” 불만도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김종대 의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김 의원이 속한 정의당도 싸잡아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애초 김 의원이 지적하려 했다고 해명한 군 당국의 태도나 귀순 북한군 병사의 인권 문제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정의당은 종북’이라는 뼈아픈 주홍글씨만 도드라지게 됐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한 귀순과정에서 심한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치료하는 이국종 교수가 치료 상황을 자세하게 공개한 것은 의료법 위반일 수 있고 인격테러라고 비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른바 ‘김종대 사태’는 김 의원 본인과 이정미 대표의 사과로 어느 정도 수습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이미 큰 상처를 입은 정의당은 반복되는 설화(舌禍)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의당은 지난주 내내 당 안팎의 항의에 시달렸다.
한때 김 의원의 사무실과 중앙당 사무실에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적지 않은 당원이 탈당 의사를 밝히거나 실제 탈당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이국종 교수를 응원하는 대중의 뜨거운 열기와 진보정당에 대한 보수언론의 왜곡된 시각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정의당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의원이 의도했다고 주장하는 메시지와는 별개로 그의 표현과 문제 제기의 시점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의당 구성원들도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의당의 한 지역위원장은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의 취지는 알겠는데, 표현이 과했고 너무 나갔다고 보는 당원들이 많다”며 “잘한 게 없다는 평가”라고 전했다.
그는 “과거 정의당이 아주 영향력이 없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있을 때는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여론의 관심 밖이었다”며 “이제는 그렇지 않아서 금세 소란스러워지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지역위원장은 “김 의원이 비교적 빠르게 사과하고 물러나서 다행”이라면서도 “해명하기보다 더 확실히 사과하고 이국종 교수를 응원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정의당 전체를 들썩이게 할 만큼 심각한 설화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의당은 지난해 7월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한 성우의 목소리를 삭제한 게임회사 넥슨을 비판하고 나섰다가 여론이 몹시 나빠지자 관련 논평을 취소한 바 있다.
당시 정의당은 부당한 노동권 침해를 비판하려 했다고 해명했으나, 남성혐오 사이트로 알려진 메갈리아를 지지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당은 내홍에 휩싸였다.
정의당은 또 지난 7월에는 한 당원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바람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해당 당원을 징계하기도 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정의당이 할 말은 하는 믿음직한 진보정당으로 노력해 ‘정의당 데스노트’라는 칭찬까지 받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정무적인 감각이 부족해 공든 탑을 무너뜨린 것은 아닌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소속 의원 한 명이 일으킨 ‘평지풍파’가 당 전체에는 쓴 약이 됐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과 ‘국민의 눈높이’ 사이의 간극을 제대로 절감했기 때문이다.
정의당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 당은 앞으로도 동성애 혐오와 싸우고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등 핫한 이슈를 계속 제기해야 한다”며 “대중의 일반적인 인식과의 경계선에서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책임 있는 정치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말 한마디, 메시지 하나도 섬세하게 접근하려는 노력이 정말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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