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ㆍ행장 간담회 “은행은 빚독촉만” 울분 쏟아져

文ㆍ행장 간담회 “은행은 빚독촉만” 울분 쏟아져

입력 2012-11-16 00:00
업데이트 2012-11-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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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 학자금대출 부담ㆍ채권추심ㆍ키코 피해 토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시중은행장들의 16일 정책간담회에서는 대출 부담과 파생상품 피해로 고통받은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날 간담회는 문 후보와 금융소비자, 은행장들이 의견을 나누고 실질적인 서민금융지원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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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따뜻한 금융, 따뜻한 경제 - 은행장들과의 대화’ 행사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따뜻한 금융, 따뜻한 경제 - 은행장들과의 대화’ 행사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문 후보의 정책제안이 끝나기가 무섭게 금융소비자 대표들은 학자금 대출 부담과 채권추심 피해, 키코 피해를 거론하며 일제히 금융권을 성토했다.

2004년부터 6차례에 걸쳐 2천6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한지혜(28ㆍ여) 청년유니온 대표는 “학자금 대출을 두려워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자살까지 생각하며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은행은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희망적인 곳이 아니라 빚을 갚아야 하는, 빚을 독촉하는 절망적인 곳”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한씨는 “청년들이 배우고 싶어서 돈을 빌렸는데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원금 탕감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일단 이자라도 탕감해달라. 학자금 대출로 어려워하는 청년들에게 실질적 해결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외환 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고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조붕구 코막중공업 대표는 “16년간 잘 운영해 온 회사가 키코 하나만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조 대표는 키코 사태와 같은 대규모 금융 피해가 발생했을 때 “우선 정책적으로 기금을 마련해 개인과 기업을 살리고, 그 이후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쪽으로 방법을 찾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은행연합회, 감사원, 키코 피해 기업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달라”고 촉구했다.

채권 추심에 시달렸다는 안경원씨는 “편의점을 하다 빚이 계속 늘어 파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고 포괄근저당, 연대보증 등에 발목이 잡혀 집과 땅도 경매에 들어갔다”며 어려운 사정을 털어놨다.

이어 “은행이 나서서 서민들을 도와달라. 정치권도 ‘피에타 3법’ 등 가계부채 관련 법을 빨리 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정책답변서를 통해 중소기업과 서민들도 은행의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에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관리로 중소기업 대출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동산담보대출 조기 정착 ▲중기대출 금리 비교공시 강화 ▲대ㆍ중소기업 상생보증부 대출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급격한 대출 확대는 연체율 상승으로 기존 고객의 대출금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은행권 가계여신 취급규모와 연체율 추이를 고려해 서민금융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고금리 학자금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제도가 있다. 키코 사태는 이미 판단의 주체가 법원으로 넘어갔다”고 답변했다.

그는 “요즘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은행 수익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주가도 많이 떨어졌다”며 “수익과 자본건전성을 확보해야 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그래야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은행의 사정을 대변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대기업의 경쟁력이다. 중간에서 은행이 해야 할 역할이 뭔지 고민하고 있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최근 시작한 하우스 푸어 구제방안인 ‘트러스트앤리스백’ 실적이 저조한 것에 대해선 “시행한지 얼마 안됐고 여러가지 상담이 진행중이다. 각 은행이 서민지원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좋은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지난 10년간 중소기업은 35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대기업 일자리는 오히려 20만개 줄었다”며 “취약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75분간 이어진 간담회 가운데 60분 이상이 문 후보의 정책제안과 금융 소비자들의 발언에 할애됐고, 시중은행장들은 특별한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서민금융 지원 방안에 대한 토론도 이뤄지지 않았다.

간담회에는 김진표, 김영주,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 10명과 금융소비자 10여명을 비롯해 서진원 신한, 민병덕 국민, 윤용로 외환, 신충식 농협, 김종준 하나, 리처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이주형 수협은행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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