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끝나야 사람들 들어올텐데…” 연평도의 휴일

“빨리 끝나야 사람들 들어올텐데…” 연평도의 휴일

입력 2010-12-19 00:00
업데이트 2010-12-1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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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의 연평도 해상 사격 훈련이 다음주 초로 연기된 가운데 연평도 주민들은 19일 긴장감 속에 차분한 휴일을 맞았다.

 공공비축미 공판을 하루 앞둔 연평 농민들은 올 한해 농사지어 수매 포대에 담은 벼를 경운기에 한가득 싣고 면사무소를 찾았다.

 비축미 공판 준비를 위해 지난 12일 섬에 돌아온 차상익(74) 할아버지는 면사무소 뒷마당에 벼 포대를 내려놓으며 “내일 수매만 끝나면 곧바로 여객선으로 섬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 할아버지는 “집도 다 타버려서 여기 머물 곳도 없다.북한이 또 포격을 할지 모르니 얼른 나가야지…”라며 면사무소를 떠났다.

 불안감이 감도는 일요일이지만 평소처럼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보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교회 본당도 지난번 포격으로 창문이 모조리 깨진 바람에 주민들은 본당 옆 교육관 건물에서 예배를 봐야 했다.

 연평교회 송중섭 목사의 설교를 듣던 14명의 주민 표정엔 긴장 속에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예배를 보고 있던 단춘남(47.여)씨는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고 예배를 보러 왔는데 사실 불안하다”며 “빨리 사격 훈련이 끝나야 마을 사람들이 들어올 텐데…”라며 말을 줄였다.

 단씨는 “솔직히 말해서 지금 시점에 우리 군이 사격훈련을 안 했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계속 훈련을 한다고 하니까 주민들이 불안해서 왔다가 다시 나가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마을에서는 종교활동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장병들의 모습도 보였다.

 연평면사무소 직원들은 이날 오전 9시 화물선 편으로 도착한 김치나 가축사료,라면 등 구호품을 보관창고로 옮기느라 분주했다.

 면 관계자는 “구호품은 각 처에서 속속 들어오고 있지만 현지 주민들이 섬에 없어서 보급을 못 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경기 김포로 이주를 끝내고 섬에 돌아오면 그때 구호품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방방재청과 전국재난구호협회가 마련한 임시조립주택 15동은 이날 설치가 완료돼 통신 연결 작업만 남겨두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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