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이 무장괴한에 끌려가 2천400만원 주고 풀려나”경찰 포함된 일당 10명 검거”..현지 영사가 통보
충남 천안 성환체육회 회원들이 필리핀에서 무장괴한에 납치됐다가 수천만원의 몸값을 내고 풀려났다.필리핀 현지 경찰은 현역 경찰이 포함된 일당 10명을 검거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충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성환체육회 회원 12명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필리핀 마닐라로 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14일 오후 2시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모(50)씨 등 일행 4명과 한국인 가이드(33)가 귀국 직전인 오전 10시께 쇼핑을 하려고 숙소를 나섰다가 숙소 정문 인근에서 3분여만에 권총을 든 괴한 5명에게 강제로 차에 태워져 납치됐다.
괴한들은 납치된 일행 가운데 1명에게 “이 사실을 다른 일행에게 알리고 나서 돌아오라. 돌아오지 않으면 신변에 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한 뒤 풀어주면서 1인당 600만원씩을 요구했다.
납치사실을 알게 된 이들의 가족은 당일 오후 4시께 1인당 600만원씩 모두 2천400만원의 몸값을 괴한들에게 지불했다.
김씨 등은 납치 9시간여만인 오후 7시께 풀려났다.
회원 가운데 7명은 지난 15일 오후 1시께 입국했으며, 납치됐던 4명과 나머지 1명 등 5명은 홍콩을 거쳐 같은 날 오후 9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함께 납치됐던 가이드는 여행사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납치된 체육회원들과 다른 비행기로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납치된 김씨 등은 경찰에 출두해 피해조서를 받았다.
이들은 경찰에서 “가이드가 ‘출국 시간이 두시간 가량 남았다’며 쇼핑할 사람은 말하라고 해 일행 가운데 4명이 가이드를 따라나섰다가 납치됐다”며 “현지 경찰도 포함된 전문적인 범죄단체 같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14일 피랍 가족들의 신고가 들어오자 현지 한국대사관과 필리핀 경찰에 수사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지에서 풀려날 때 경찰서에 갔었는데, 현지 경찰 얼굴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일행 김모씨는 “납치됐던 한 회원이 오늘 오전 필리핀 영사로부터 ‘현지 경찰이 포함된 일당 10명을 모두 검거했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납치해 구금했던 장소도 경찰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체육회 임원들이 친목을 다지려고 돈을 걷어 필리핀 마닐라로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면서 “다행히 건강 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체육회 관계자와 당시 이들을 안내했던 가이드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필리핀 경찰 당국에 범인 검거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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