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감 젖은 전북’ 10구단 유치마저 무산

‘패배감 젖은 전북’ 10구단 유치마저 무산

입력 2013-01-11 00:00
업데이트 2013-01-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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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와 프로야구 잇단 유치 실패에 박탈감섬성·국민연금기금 유치여부도 ‘안갯속’

”제 일을 충실히 하며 하루하루를 사는데, 전북에 산다는 이유로 왜 이렇게 깊은 패배감에 빠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회사원 A씨(47)는 11일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신청했던 전북-부영이 수원시- KT에 패하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회사 동료나 이웃들도 비슷한 속내라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2년 사이 전북도가 역점을 두어 추진했던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전국 경제의 2%밖에 되지 않는 상대적 박탈감은 차지하더라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북혁신도시 유치 무산,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무산 등이 잇따랐다.

새만금에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던 삼성의 약속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시발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키로 했던 LH가 경남으로 옮겨가면서부터다.

2011년 국토해양부가 LH를 경남 진주혁신도시에 일괄 이전하고 국민연금공단을 전북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내놓자 김완주 도지사가 그해 4월 삭발로 배수진을 쳤다.

그러면서 ‘정부 불북종 운동’을 전개, 잇단 대규모 궐기대회 등을 통해 도민 대결집을 호소했다.

그러나 결과는 뒤바뀌지 않았다.

한동안 혁신도시 반납, 매주 수요일 청와대 앞 항의 시위 등 이른바 ‘5대 투쟁’을 전개한 전북도가 갑자기 정부와 공식 대화에 나서는 등 실리추구 모드로 전환했다.

정부와 어떤 대화나 타협도 시도하지 않겠다던 전북도가 대(對)정부 투쟁을 접은 것은 줄기차게 요구해온 정부의 사과나 대통령 면담 등이 끝내 성사되지 않음으로써 행정력 낭비는 물론 도민의 피로감이 기약 없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삼성의 새만금 투자’ 이슈가 터져 나왔다.

삼성그룹이 새만금 11.5㎢(350만평) 부지에 2021년부터 20년간에 걸쳐 풍력,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한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기로 한 것.

이를 위해 삼성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차로 4.1㎢(125만평) 부지에 7조6천억원을 투자해 풍력발전기, 태양전지 생산기지,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무총리실과 삼성 미래전략실, 전북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와 삼성그룹 간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그러자 전북 거리 곳곳에는 ‘삼성의 새만금 투자를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대대적으로 걸렸다.

하지만 이는 ‘LH 유치 무산’에 대한 반발 여론을 잠재우려는 정부와 전북도의 ‘꼼수’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해 10월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전북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장세환 전(前)의원은 “삼성그룹의 새만금 투자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며 “이는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장 전 의원은 양해각서를 보면 ‘삼성은 새만금용지에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는 삼성이 새만금 투자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지 분명한 투자계획을 밝힌 것은 아니다”면서 ▲투자계획에 대한 구체적 내용 ▲투자시기나 내용 ▲투자재원 등에 대해 추상적으로 설명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무총리실의 보도자료에도 ‘삼성의 투자시기는 새만금개발 추진상황이나 투자여건 등 대내외 상황변화에 따라 변경(변화)이 가능하다’라고 돼 있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실현에 진정성이 없으며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지만 도민들은 또다시 좌절에 빠졌다. 삼성그룹이 제조업 분야로는 처음으로 전북에 투자, 도민의 경제적 소외감도 다소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러자 작년 대선을 앞두고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 4대 공적 연기금의 하나인 공단의 기금운용본부를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해달라는 전북도의 요구였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전북도민의 염원인 동시에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도 (전북혁신도시로) 함께 이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정부와 공단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정부는 연기금 경영 합리화 정책에 따라 2014년 별도의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2008년 기금운용공사 설립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데 이어 최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기금운용공사 설립내용이 포함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돼 기금운용본부가 공단에서 분리, 공사가 신설되면 공단과 본부의 동반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80% 넘게 일방적으로 지지했던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낙선하자 큰 상실감에 빠졌고, 기금운용본부의 이전 역시 물 건너 갈 상황에 직면했다.

마지막 남은 카드가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였으나 결국 전북은 이를 얻지 못했다.

그러자 정부와 전북도에 대한 불만과 함께 자조 섞인 패배감이 급속하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소외된 전북에 대한 지역적 안배나 고려 없이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 하나고, 도의 정책에 불과한 사업들에 대해 모든 도민을 끌어들여 범도민차원에서 해결하려 한 전북도에 대한 불만이 그것이다.

전주시청 한 공무원은 “어려운 여건을 이겨낼 수 있는 무기는 희망인데, 도민이 무력감에 빠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정부의 전북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동시에 자치단체가 어떤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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