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재판서 김종덕 “…”, 정관주 “부끄럽고 송구”

블랙리스트 재판서 김종덕 “…”, 정관주 “부끄럽고 송구”

입력 2017-04-05 13:39
수정 2017-04-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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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기소 ‘3인방’ 정식 재판 시작…내일은 김기춘·조윤선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관리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첫 재판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은 이번 일에 연루돼 송구하다며 잘못을 뉘우치는 발언을 했다.

두 사람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함께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정식 재판에 출석했다.

이들 3인방이 블랙리스트 사건의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이들은 앞서 3차례의 준비 기일엔 출석 의무가 없어 나오지 않았다.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나온 김 전 장관은 재판장이 혐의 사실에 대한 의견을 묻자 “지금 당장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도 “준비절차에서 밝힌 의견으로 갈음하겠다”며 직접적인 의견 표명을 삼갔다.

김 전 장관 측은 앞서 “사실관계 자체는 동의하지만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윗선의) 지시를 따르지 않기가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의적·자발적인 행위가 아니라 지시에 따른 수동적 행위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형법은 고의범 처벌이 원칙이며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은 정권 차원의 ‘확신’이나 강한 ‘정책 의도’에 따른 차별 내지 지원배제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따를 수밖에 없는 지시 이행’이라는 취지의 발언은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재판에서 ‘수혜적 재량 행위’라는 등의 논리로 혐의를 부인하면서 법적 다툼이나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향후 경과를 보면서 대응하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정 전 차관의 변호인은 준비절차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정 전 차관 본인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사건에 연루돼 부끄럽고 책임을 통감한다.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고 마음고생 한 모든 분께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후회와 죄책감으로 많이 괴로웠고 하루빨리 공직에서 물러나 수사받는 게 문체부 차관으로서의 남은 몫이라 생각해 사직했다”며 “앞으로도 겸손하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준비절차에서 혐의를 시인한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들 3명은 박근혜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계 인사와 단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정식 재판은 6일 시작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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