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 ‘물총축제’
“수익금 수해지역 기부 검토”스피커 소리에 소음 민원도
5만여명 즐긴 도심 속 피서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 빼곡히 들어찬 시민들이 제각기 다른 물총을 손에 들고 허공을 향해 쏘고 있다.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제5회 신촌물총축제’는 ‘신촌에 불시착한 외계인과 이에 맞서는 지구인’을 콘셉트로 진행됐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축제 참가자 중에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히잡을 쓴 중동인도 삼삼오오 모여 축제를 즐겼다. 일본인 나카무라 요헤이(34)와 야마시키 겐쇼(33)는 “물총축제에 참여하러 때를 맞춰 한국에 왔다”면서 “색다른 경험”이라며 즐거워했다. 대학생 정모(21)씨는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토마토 축제’처럼 ‘물총축제’도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기획업체 ‘무언가’ 측은 “지난 29일부터 이날까지 약 5만명이 참여했고, 지난해 10% 수준이었던 외국인 참가자 비율은 올해 20%(약 1만명)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물총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한 시선도 보인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에 일부 시민은 귀를 막고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기도 했다. 신촌지구대 관계자는 “전날부터 소음 관련 민원이 적지 않게 들어왔다”고 말했다.
특히 극심한 가뭄에 이어 일부 지역이 큰 수해를 입은 상황에서 물축제가 마뜩잖은 이들도 있다. 정형석(38)씨는 “물총축제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복구에 땀을 흘리고 있을 이재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현재 충북 청주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피해 복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허채원(20)씨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주에서 사 온 수박으로 화채를 만들어 대접하며 지역경제에 작은 보탬이 됐듯이, 물총축제 수익금 일부를 피해 지역에 전달하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현경 ‘무언가’ 대표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축제 참가비는 무료이지만 현장에서 판매한 물총과 우비 판매금 전액은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에게 기부하고 있다”며 “올해는 수해나 가뭄 피해 지역에 전달하는 방안을 서대문구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7-07-3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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