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 물컵 던진 사실 확인 안돼 특수폭행 혐의 적용 못 해
귀가하는 조현민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18.5.2 연합뉴스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사건인 만큼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당사자가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상황에서 영장 발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핵심은 경찰이 적용하는 혐의가 얼마나 소명되는지, 법원이 경찰의 소명 내용을 토대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 타당성을 인정할지 여부다.
법원 영장 단계에서는 혐의 소명(疏明) 여부를 판단한다. 소명이란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증명’보다는 낮은 단계의 입증이다. 재판을 통한 판결 단계에서는 이보다 더 엄격한 입증을 통해 범죄사실의 존재에 확신을 갖도록 하는 증명이 필요하다.
경찰은 조 전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조 전 전무에게 경찰이 적용을 검토했던 혐의는 특수폭행과 폭행 그리고 업무방해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경찰은 특수폭행 혐의는 일단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특수폭행은 법이 정하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폭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질렀을 때 적용되는 죄목이다.
조 전 전무가 ‘위험한 물건’인 유리컵을 피해자에게 유리컵을 던져서 맞혔거나, 피해자 방향으로 유리컵을 던졌을 경우 특수폭행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경찰은 수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와 참고인 그리고 조 전무의 진술 등을 종합했을 때 그가 사람을 향해 유리컵을 던지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경찰은 조 전 전무에게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피해자와 참고인 진술, 녹음파일 등 수사사항을 종합 검토한 결과,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 전 전무는 당시 회의에서 매실 음료를 뿌려 회의에 참석한 피해자 2명의 옷에 묻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은 없었지만 조 전 전무가 음료수를 뿌린 것만으로도 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조 전 전무에게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그가 위력을 행사해 광고업체의 동영상 시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판례에 따르면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바닥에 뿌리고 생수통을 던진 데 이어 다시 자판기에서 뽑은 음료수를 피해자에게 뿌린 행위에 대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판결 등의 사례가 있다.
조 전 전무는 경찰 조사에서 물컵을 던지거나 종이컵을 밀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자신에게 회의를 중단시킬 만한 정도의 권한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자신의 행위는 정당한 권한 행사로 봐야 하며 업무방해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조 전 전무가 핵심인 특수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여타 혐의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만으로는 영장 신청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경찰은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한항공 측에서 수습방안을 논의하고, 피해자 측과 접촉해 말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확인돼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폭행 등 혐의 사실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중한 사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조 전 전무의 ‘갑질’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만큼 결과 가볍게 볼 만한 사안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전 전무의 지위를 볼 때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피해자들을 회유·협박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범죄의 중대성보다도 증거인멸 우려에 따라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형사4부에서 기록을 검토 중”이라며 “언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올지 현재로써는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조 전 전무의 변호는 법무법인 율촌 박은재 변호사 등이 맡았다. 앞서 박 변호사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함께 조 전 전무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공사 비리 의혹사건 변호를 맡은 바 있다.
경찰은 당시 조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두 차례 영장을 돌려보냈고, 검찰은 결국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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