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 김용균 태안화력 발전소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공개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아버지 김해기(왼쪽)씨와 어머니 김미숙씨의 모습. 2018.12.14 연합뉴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아버지 김해기씨는 25일 JTBC ‘뉴스룸’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적어도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는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호소했다.
김미숙씨는 아들의 작업 현장이 위험 투성이였다고 증언했다. 고 김용균씨는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에서 컨베이어운전원으로 홀로 일하면서 평소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의 작동 상태를 점검하고 낙탄을 제거하다가 지난 11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미숙씨는 “(지난 13일 현장에 갔을 때) 탄가루가 바닥에 많이 쌓여 미끄러웠고 (컨베이어벨트가 있는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어서 일을 하는데, 저렇게 머리를 쑥 집어놓고 손을 집어넣고 일을 하다가 옷깃, 살집이라도 집히면 (회전하는 벨트에) 바로 딸려가서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잠깐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터였던 것이다.
김해기씨는 “(아들과 함께 일한) 동료들이 27~28번 정도 그렇게 (안전조치를 해달라고) 건의를 (회사에) 했는데도, 그렇게 위험인자들이 많은데, 그렇게 많이 건의를 했는데도 무슨···. 본인들도 자식들이 있을텐데, 생명의 소중함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고 김용균씨가 속한 회사는 한국발전기술로,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의 협력업체다.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은 원·하청 관계다.
국회에서는 현재 ‘위험의 외주화’(또는 ‘죽음의 외주화’) 방지법, 지금은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그러나 여야 이견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통과조차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위가 열렸던 전날 김미숙씨가 직접 국회를 찾아 국회의원들에게 개정안 통과를 눈물로 호소했지만, 여야는 오는 26일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미숙씨는 “저, 진짜 (국회를) 못 믿는다. 앞서 (아들이 다닌) 회사에서 노동자 12명의 죽음이 있었고, 우리 아들이 죽었다”면서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회를) 믿게끔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꽃다운 스물넷, 비정규직 청년을 잃었습니다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기계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된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24)씨가 열흘 전인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대표 100인과 만납시다’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 전국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제공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오른쪽)씨와 아버지 김해기씨가 25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줄 것을 호소했다.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손석희 앵커가 인터뷰 말미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자 김해기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들이 일했던 회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정치인들이 꽃다운 청춘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목숨, 적어도 목숨은 앗아가지 않는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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