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도 정비사도 업무 과중…LCC의 무리한 운영도 수면 위로

조종사도 정비사도 업무 과중…LCC의 무리한 운영도 수면 위로

박상연 기자
입력 2025-01-02 17:19
수정 2025-01-0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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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이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무안 제주항공 참사 관련 5차 브리핑을 하기 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로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의 무리한 운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력 대비 운항 횟수를 과도하게 늘리면 조종사가 맡아야 하는 운항 편수가 늘고 정비사의 정비 부담도 커져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LCC가 수익성에만 골몰하다 안전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제주항공은 동계 기간 한시적으로 운항을 10~15% 줄이기로 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023년 기준 국내 LCC 중 국제선 운항 편수가 4만 6541편으로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대형 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4만 8333편) 편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제주항공 소속 조종사(656명)는 아시아나 조종사(1417명)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제주항공 조종사 1명이 1년간 운항한 국제선은 평균 70.9편으로 아시아나(34.1편)의 2배 수준으로 분석됐다. FSC는 장거리 노선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큰 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이들은 국내선 운항까지 담당해 실제 업무 강도는 더 높다. 제주항공의 경우 2023년 조종사 1명당 평균 국내선 113편을 운항했다.

제주항공 외에 다른 LCC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종사 1명당 2023년 1년간 평균 국제선 운항 편수가 가장 많은 곳은 에어인천(77.3편)이었고, 에어부산(76.7편), 에어서울(75.7편)이 뒤를 이었다. LCC는 단거리 노선 위주라지만 이착륙을 자주 하는 만큼 업무 조종사가 갖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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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마음
애도하는 마음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 조문객이 두고 간 인형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국내의 한 LCC 기장 A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종사의 피로도도 사고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LCC는 FSC와 달리 수익성을 이유로 1년 비행 한도 시간인 1000시간을 꽉꽉 채워 일을 시킨다”며 “특히 지방공항에서 운항하는 날은 출근하는 데만 5시간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기체 결함과 정비 등을 담당하는 정비사의 상황도 열악하다. 2023년 기준 에어서울은 정비사 1명당 1년간 평균 국제선 항공편 258기를 정비했다. 에어인천(169.3기)과 에어부산(108.1기)은 물론 이번 사고로 문제가 된 제주항공(99.2기), 진에어(92.4기)도 정비사의 업무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정비사 1명이 한 해 31~37기 수준을 맡는 FSC와 비교하면 최대 7배에 달한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아시아나 자회사이기에 공시보다 많은 정비사를 운용하고 있다”면서 “정비사 363명이 9728편을 담당하기에 평균 26.8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비행기가 큰 고장이 나거나 1~2년마다 받아야 하는 중정비의 경우 국내는 포화 수준이기에 대개 해외에서 진행된다. 국토부가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국내 LCC의 전체 정비 비용은 7075억원인데 그중 5027억원(71.1%)은 해외 정비 비용이었다.

해외 정비 비용의 비중은 2019년(62.2%) 대비 8.9% 포인트 올랐다. 갈수록 해외 정비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항공사의 정비로 인한 지연 편수도 2019년 2289편에서 지난해 9월 기준 4184편으로 1895편이나 증가했다.

한편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내선은 이르면 다음주, 국제선은 이달 셋째 주부터 운항량 감축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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