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교육감 등에 뇌물 준 공무원 16명 기관통보조차 안 해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최근 불구속 기소되면서 지난 2월 감사원 의뢰로 시작된 검찰의 인천시교육청 비리 수사가 마무리됐다.검찰은 나 교육감과 한모(60) 전 인천시 행정관리국장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총 4천800여만원의 금품을 건넨 시교육청 공무원 16명에 대해서는 기관통보조차 하지 않아 ‘봐주기·편의주의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인천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시교육청 직원들에게서 금품 1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나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했다.
나 교육감은 지난 2011년 2월부터 지난 1월까지 5급 이상 시교육청 직원 5명에게서 해외 출장이나 명절 시 휴가비 등의 명목으로 17차례에 걸쳐 총 1천926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근무성적평정(근평)을 유리하게 해 주는 대가로 부하 직원 등에게서 총 2천970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로 한 전 국장을 지난달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서로 짜고 측근이 편법 승진할 수 있도록 근평 조작을 인사팀장에게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나 교육감과 한 전 국장에게 금품을 건넨 시교육청 소속 공무원은 모두 16명이다. 이들은 이번 수사에서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기관통보 조치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 교육감에게 돈을 건넨 5명 가운데 2명은 금품을 준 시기 전후로 교장에서 교육장 등으로 각각 승진했다. 이들은 목적성이 뚜렷한 금품을 상급자에게 상납했다가 검찰에 적발됐는데도 형사처벌은커녕 기관통보 조치도 받지 않은 것이다.
반면 검찰은 나 교육감의 지시를 받아 근평을 조작한 인사담당 실무자들에 대해서는 시교육청 감사실에 기관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통상 뇌물공여죄보다 죄질이 덜 무거운 지방공무원법 위반자들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에 징계를 요구하는 통보를 할 계획인 것이다.
이 때문에 수사 편의를 위해 뇌물공여 사실을 진술하는 대가로 검찰이 뇌물공여 공무원들을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실제로 수사 초기 검찰 안팎에서는 ‘소환 조사한 교육청 직원들이 똘똘 뭉쳐 도무지 입을 열지 않는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검찰도 수사에 협조한 시교육청 직원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뇌물공여자들이 수사에 협조해 형사입건이나 기관통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인천시교육청 인사팀장 A(44)씨에게 금품 1천600여만원을 줬다가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6월 구속기소된 남품업자 장모(41)씨 사례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는 피의자가 유죄답변을 하는 대가로 가벼운 형벌의 선고나 나머지 범죄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받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이 있지만,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범죄 가담자가 수사에 협조할 경우 기소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형을 감면해주는 내용의 ‘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에 제출됐지만,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검찰이 뇌물수수나 알선수재 등 진술에 의존하는 사건을 맡았을 때 수사 편의를 위해 피의자와 기소 범위를 협의하는 등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반론 때문이었다.
인천시교육청 비리 사건도 검찰의 편의주의 수사 탓에 싱겁게 끝났다는 지적이 인천 지역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인천지역연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검찰이 발표한 내용은 인천시교육청 비리 가운데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며 “나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치고 돈을 준 공무원들을 형사처벌하지 않아 검찰이 교육청 비리 수사를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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