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으로 찢긴 시리아 어느새 승점 8, 한국 턱밑까지

내전으로 찢긴 시리아 어느새 승점 8, 한국 턱밑까지

임병선 기자
입력 2017-03-24 10:52
수정 2017-03-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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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간이 다 끝나가 0-0 무승부가 굳어지면서 시리아의 첫 월드컵 출전 희망도 사라지는 듯했다.

7년째 이어지는 내전으로 갈갈이 찢긴 시리아 축구대표팀이 지난 23일 말레이시아 말라카의 항 제밧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 후반 추가시간 1분 오마르 카르빈의 파넨카 스타일 페널티킥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둬 승점 8을 만들었다. 승점 9로 제자리걸음을 한 조 3위 우즈베키스탄에 1 차로 압박하면서 각 조 3위에게 주어지는 대륙별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시리아는 28일 상암벌을 찾아 중국전 0-1 ‘창사 참사’를 경험한 한국(승점 10)과 7차전을 벌이는데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슈틸리케호가 특히 주의할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종예선 여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2득점 2실점으로 ‘짠물 축구’를 했다.

내전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시리아에서는 안전 문제 때문에 홈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지난해 9월부터 말레이시아 이곳저곳을 돌며 홈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당초 세렘반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사흘 전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곳으로 옮겨졌다.

리처드 콘웨이 BBC 라디오5 기자는 직접 경기장을 찾아 관전했는데 “카르빈이 파넨카킥을 시도한 것은 한나라 대표팀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순간에 어울리지 않는 담대한 결정이었으며 위험이 동반됐지만 시리아 대표팀의 정신력과 이상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우즈베키스탄 응원단이 350명 정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온 시리아인 응원단 5명이 경기를 지켜봤다.

시리아 선수들은 월드컵 본선에 나가겠다는 것보다 훨씬 높은 목표를 갖고 있는데 자신들을 단합의 상징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또 내전으로 피폐해진 국민들에게 뭔가 기뻐할 일을 하나라도 안겨주겠다고 자신을 붙들어맨다. 아이만 하킴 대표팀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글썽이며 “시리아 국민의 승리”라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시리아가 이렇게 강한 근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는 내전 기간에도 지중해 연안 도시 두 곳에서 꾸준히 시리아 프로리그가 운영된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말에는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은 알레포에서 처음으로 프로 경기가 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사진설명 시리아 대표팀의 오마르 카르빈(가운데)이 23일 말레이시아 말라카의 항 제밧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으로 1-0 승리를 이끈 뒤 나수흐 낙달리(왼쪽), 타메르 하지 모하마드와 기쁨에 겨워하고 있다. BBC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설명
시리아 대표팀의 오마르 카르빈(가운데)이 23일 말레이시아 말라카의 항 제밧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으로 1-0 승리를 이끈 뒤 나수흐 낙달리(왼쪽), 타메르 하지 모하마드와 기쁨에 겨워하고 있다.
BBC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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