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걱정할 상황 아니지만 ‘유비무환’ 자세 갖춰야”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등으로 미뤄 신흥국 금융위기에 대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그러나 위기상황 전이 가능성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외 악재에 취약한 한국 경제 구조의 특성상 신흥국 위기가 충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 유동성 위기…인도·인니 외환위기 조짐
외환위기 또는 금융위기 조짐이 있다고 지목되는 곳은 인도와 인도네시아다.
인도에서는 루피화 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경상수지 적자도 커졌다. 세계 주요 언론은 인도가 최악의 국면을 맞아 금융위기가 ‘초읽기’라고 일제히 경고했다.
인도네시아도 루피아화가 4년여 만에 최저치를 찍고 경상수지 적자 폭도 커지자 19∼20일 이틀 연속 증시가 5% 이상 폭락하는 시장 위기에 부딪혔다.
이런 문제가 인도나 인도네시아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시장의 가장 큰 우려다.
다른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 역시 외국 자본에 의존해 몸집을 키워온 터여서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의 실물경제 기초도 약하다.
신흥국들의 위기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면서 한국에까지 닥칠 가능성이 있다.
단적으로 지난 1997년에도 태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한국에까지 전파돼 외환위기를 맞았다.
지난 6월 미국이 출구전략 로드맵을 발표했을 당시에는 인도네시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크게 올라 한국 금융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은 “미국이 로드맵 제시가 아니라 실제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이었다면 파장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韓 기초체력 강화…당장 위기 전이 가능성은 낮아”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며 위기감 조성을 경계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인도가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받더라도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며 “한국은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있어서 불안해하지만, 1997년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은 성장률이 낮긴 해도 최근 상승세로 전환했고, 경상수지가 18개월째 흑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가 닥친 신흥국들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기외채, 외환보유액 등 기초체력이 개선됐고 자본유출 변동 완화 조치 등으로 외환건전성도 나아졌기 때문에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제 당국이 ‘유비무환’의 자세로 현재 위기설이 불거지는 원인을 철저히 따진 뒤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국인 채권 만기 집중시기에 외국 자금이 이탈하지 않는지 살피는 등 외화유동성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정근 회장은 “가장 심각한 경우는 한국이 외화유동성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외환보유액, 외국과의 통화스와프 등을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럽, 일본까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 동참하면 앞으로 3,4년간 신흥국들이 유동성 위기에 놓일 수 있어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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