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자금으로 성장률만 즐겼다가 구조개혁 실패”
아시아 신흥국에서 금융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의 최대 문제로 부채를 꼽고 있다.한동안 경제 성장을 빚으로 이뤘으며 이 때문에 채무가 늘어난 상태에서 돈줄이 마르기 시작하자 시장이 흔들리고 부실한 경제만 남게 됐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세계 각국이 금융위기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에 초저금리 유지, 자산 직접 매입 등 금융완화 정책을 펼쳐 시중에 돈이 대대적으로 풀렸다가 이런 정책이 끝물에 이르러 시장 금리가 도로 상승하는 상황이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그동안의 신용 팽창으로 아시아 신흥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기업들이 대형 거래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그중에서도 경상수지 적자가 커 외자 의존도가 높은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증시와 외환시장이 가장 먼저 흔들렸다.
인도네시아는 원자재 수출 부진으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 증가 폭이 1996년 이래로 가장 가팔랐던 것으로 지난주 발표에서 나타나자 이번 주 들어 증시가 폭락했다.
FT는 몇 년 새 부채가 급증한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다른 국가들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HSBC 은행 자료에 따르면 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9년 55%였다가 최근 80%에 육박하며 총 부채 비율은 180%에 이른다.
말레이시아도 빚으로 소비와 주택 붐을 일으켰으나 무역 부진으로 10년간 유지한 흑자에서 올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프레더릭 뉴먼 HSBC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국가들은 차입으로 수월하게 성장을 샀다”며 “그 기간을 구조 개혁을 수행하는 시기로 활용했어야 했지만, 대신에 저리 자금으로 높은 성장률을 즐기기만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이 “향후 수년간 성장 침체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도 “썰물 때가 되자 그동안 신흥국들에 부족했던 것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바로 채무 구조조정과 사회기반시설 투자”라고 분석했다.
이 방송은 아시아 신흥국들이 국내외 경기부양책의 기한 만료, 낮은 원자재 가격에 따른 수출 부진,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인한 대출 난항 등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생산성 저하 등 이 지역의 부실한 경제기초는 성장률 둔화로 나타나고 있다.
FT에 따르면 홍콩의 신용강도(경제성장률 1단위 상승에 필요한 새로운 부채의 양)는 2007년 이후 세 배 가까이 늘었으며 싱가포르는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지미 고 싱가포르 유나이티드오버시스은행(UOB) 경제·채권연구 책임자는 “이런 새로운 부채의 상당 부분은 주택과 자산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이 지역은 대단히 생산적이지 않고 경제체계로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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