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엄벌 양형, 다른 재판에도 확산되나

재벌총수 엄벌 양형, 다른 재판에도 확산되나

입력 2012-08-17 00:00
업데이트 2012-08-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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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법관 “사회분위기 변화 반영” 일부선 “집유였다면 여론 나빴을 것”

법원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데 대해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사회 분위기의 변화가 반영된 판결’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상당수 법관은 전날 서울서부지법에서 내려진 판결이 향후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엄격한 양형 기준을 적용할 뿐만 아니라 경제논리를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재벌총수의 비리에 대한 추상같은 판결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기본적으로 다른 판례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법원의 특성상 ‘김승연 판결’이 이후 대기업 오너 사건 판결에 어떤 형태로든 ‘참조판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 사건을 심리한 서경환 부장판사는 “현재 양형 기준에는 과거 기업 총수들이 집행유예를 받을 때 적용된 정상 참작 사유에 대한 언급이 없다. 언급되지 않은 이유로 판결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올해 초 실형을 선고받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사례가 양형 기준이 적용된 첫 사례라면서 “앞으로 이런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진 회장은 지난 2월 징역 4년6월의 실형을 받았고 모친인 이선애 전 태광산업 상무는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됐다.

지난 2009년 4월 대법원 양형 위원회에서 의결돼 같은 해 7월부터 시행 중인 ‘횡령·배임 범죄 양형 기준’에 따르면 집행유예를 위한 참작 사유는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거나 ▲임무위반 정도가 가벼운 경우 ▲상당 부분 피해가 회복된 경우 ▲진지한 반성을 하는 경우 등이다.

과거 재벌 총수에 대한 판결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경영 공백’ ‘경제발전 기여 공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대다수 일선 판사들은 이번 판결이 강력한 경제 민주화 기조 등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데 동의했다.

반대로 김 회장에게 실형이 아니라 집행유예가 내려졌다면 법원이 엄청난 여론의 역풍을 맞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법리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다만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재벌개혁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위기를 무시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만약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면 여론이 매우 부정적으로 흘렀을 것이다”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같은 법원의 다른 판사도 “김 회장도 재판을 앞두고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고 홍보하는 등 상당히 노력한 것으로 보이지만 분위기를 뒤집지는 못했다”면서 “재벌 총수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큰 변화이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재판 결과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법원의 한 판사는 “과거에는 나라를 먹여 살리는 대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던 것이고, 최근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이 극에 달하면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재판부도 이 같은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이어 “10년형 이상이어야 양형부당을 이유로 대법원 상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사건은 사실상 2심인 서울고법이 최종심 법원이 될 여지도 없지 않다”며 “다른 집행유예 요건을 충족할 때는 2심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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