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직권남용·뇌물혐의 모두 검토
범죄 중대성 감안 영장 청구 주목… 예우·국격 고려해 불구속 관측도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무엇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적시한 뇌물수수 혐의를 얼마나 구체화하느냐와 이를 바탕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가 관심 사안이다.
검찰은 특검에 앞서 벌인 국정농단 수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만 적용했을 뿐 뇌물수수 혐의는 제기하지 않았다. 반면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금 등의 명목으로 삼성 측으로부터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 혐의는 모두 13가지로 늘었다.
검찰이 적용한 직권남용 혐의와 특검이 제기한 뇌물수수 혐의는 사실 양립하기 어려운 혐의다. 검찰이 본 것처럼 박 전 대통령이 기업들에 기금 출연을 강요했다면 해당 기업들은 강요해 의해 기금을 낸 ‘피해자’가 되고 박 전 대통령은 ‘가해자’가 된다. 반면 뇌물수수라는 틀을 들이대면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들이 기금 출연이라는 형식을 빌어 뇌물을 주고받은 ‘공범’이 된다.
검찰은 이에 대해 다소 모순되는 두 혐의를 함께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바로 ‘상상적 경합’, 즉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를 포괄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즉 박 전 대통령의 강요가 있었고 이후 대가를 바라는 대기업들의 뇌물 제공과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가 뒤따랐을 경우 뇌물죄와 직권남용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적용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삼가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 뇌물죄 적용 여부는 구속영장 청구 향배와도 직결된다. 박 전 대통령 혐의가 13가지에 이른다는 점,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선고했을 만큼 혐의가 무겁다는 점, 다른 피의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영장을 청구해야 마땅하다는 시각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국격, 사실상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불구속 기소가 온당하는 시각이 맞부닥치고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7-03-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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