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대1, 민주당 첫 청년 비례대표 김광진 의원의 소회

200대1, 민주당 첫 청년 비례대표 김광진 의원의 소회

입력 2013-09-06 00:00
업데이트 2013-09-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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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정책 자신있지만 인맥은 아킬레스…너무 바빠 선도 못봐”

389대 2. 지난해 19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최초로 실시한 청년 비례대표 선발제도의 경쟁률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청년 정치인들 가운데 200대 1에 달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금배지를 단 주인공은 김광진,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었다. 특히 지난해 31세로, 19대 국회에 최연소로 입성한 김광진 의원은 기존 국회의원들에게 보기 드물었던 풋풋한 면모를 보였다. 19대 국회가 문을 연지 1년, 김 의원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김광진 민주당 의원. 사진 김광진 의원실 제공
김광진 민주당 의원. 사진 김광진 의원실 제공
1년 만에 김 의원은 머리 스타일부터 달라졌다. 살짝 기름칠이 된 듯한 머리가 3대 7 정도의 가르마를 따라 단정하게 정돈됐고, 품에 딱 맞는 양복에 금배지가 반짝였다.

김 의원은 “외모가 항상 고민”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머리를 2대 8로 하면 나이 들어보인다고 하고, 또 짧은 머리를 하면 너무 어려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또 “청바지를 입고 오면 건방지다고 하고, 정장을 차려 입으면 구태의연해 보인다는 비판을 듣는다”고 토로했다. 청년과 국회의원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김 의원의 현실이 엿보였다.

김 의원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학교다닐 때 운동 좀 했겠다”는 추측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대학 때 학생회 활동도 하지 않았고 졸업 뒤에는 순천 YMCA, 민족문제연구소 등에서 평범한 직장생활도 했다. 김 의원은 “생활정치인이 꿈이었다”면서 국회의원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요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촛불집회 등 일상이 정치행위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직접 민주주의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직업이 있으면서도 사회참여를 통해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김 의원의 관심사가 독특하다. 흔히 ‘청년 국회의원’이 관심을 가질 법하다고 여겨지는 대학등록금, 일자리 문제가 아닌 군 의문사 해결, 역사 문제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의원은 “군대야말로 가장 첨예한 청년의 문제”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래서 첫 상임위도 국회 국방위로 정했다. 처음에는 장병들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가장 최근에 군대를 전역한 의원이기도 해서 더 쉽게 장병들의 현실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는 “국방위에서는 대부분 무기체계나 방위력 개선에 관심이 많아 장병들의 처우는 주목받기 어렵다”면서 “덕분에 ’블루오션’ 아이템이 많았고 ‘이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 바로 다음날 전 부대가 개선되는 곳이 군대여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의식주 뿐 아니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노크귀순’을 통해 드러난 군 경계근무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최근 논란이 됐던 연예병사 제도의 문제점도 조목조목 짚었다.

김광진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 김광진 의원실 제공
김광진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 김광진 의원실 제공
그런데 국방위 활동을 하며 민원인들을 만나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군대에서 너무 많은 군인들이 죽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먹고 사는 것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죽음에 대한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남성 위주의 현장에 치중하는 것 같아 19대 전반기에는 여성가족위 활동도 병행했다. 그러면서 주한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다.

김 의원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꼭 반값 등록금과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얼마나 많은 청년 정치인들을 양성시킬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광진의 정치’를 열심히 하면서 제도적 장치들을 보완하고 국회 뿐 아니라 지방자치 등 풀뿌리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청년 국회의원의 최대 강점을 꼽아달라고 하니 자신있게 “정책”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나이나 경력에 관계 없이 국회에 처음 들어오면 모두 초선 의원”이라면서 “결국 누가 더 공부를 열심히 하느냐에 달린 건데 저는 (젊으니까) 스스로 학습도 빨리 되고 국민들과 활발하게 소통해 여론을 파악할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고 자부했다.

반면 ‘정치’는 다소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정치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하는 문제들이 많은데 다른 의원들은 이미 친구가 정부 부처의 국장급 이상 고위직이라면 제 친구들은 이제 9급 공무원”이라는 이유다. 김 의원은 이어 “다만 국회의원 자리에 있다 보니 어느 정도 네트워크 형성도 보완이 되고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에는 선배 의원들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SNS를 통해 도움을 청하기도 하면서 극복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경력 1년차 의원이지만 ‘청년 의원’의 상징성 때문에 민주당 최고위원, 19대 총선 중앙공동선대위원장, 18대 대선 문재인 캠프 청년특보실장 등 당직도 두루 맡았다. 이번 여름에는 당 국정원 국민개혁홍보단 활동 등으로 전국을 누볐다. 대중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야당 의원다운 패기가 묻어났다.
김광진 민주당 의원. 사진 김광진 의원실 제공
김광진 민주당 의원. 사진 김광진 의원실 제공
앞으로 배우고 싶은 선배 의원들로는 새누리당 소속인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과 최재천 민주당 의원을 꼽았다. 김 의원은 유 위원장에 대해 “상임위원장의 표본을 보여준다”면서 “모든 사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여야를 떠나 중립을 잘 지키고 합리적이다”고 평했다. 최 의원에 대해서는 “공부도 많이 하고 국민들과 소통하며 때로는 저격수로, 때로는 정책가로서의 역할을 모두 잘 해낸다”면서 “나중에 ‘최재천 만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생활도 기성 정치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김 의원은 지난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상경했고 독립생활도 처음 시작했다. 순천에 계신 부모님과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은 여느 청년들과 다를 바 없었다. 혼자 생활하는 집은 거의 ‘잠만 자는 곳’이 되고 있다. 김 의원은 “조찬모임부터 저녁까지 늘 밖에서 밥을 먹기 때문에 한달 전기세가 5000원도 안 나온다. 집에 텔레비전과 컴퓨터도 없고 전기는 냉장고 전기만 쓴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국방위 생활하면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위원장실에서 간식을 많이 주고 특히 과일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 적도 있다.

김 의원은 아직 미혼이고 연애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은 “국회에 유명한 ‘뚜쟁이’가 있다는 루머도 있다던데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국회의원이 바쁘고 불안한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정작 선이 하나도 안 들어온다”며 웃어 보였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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