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관계 개선 우회로 모색… 일각 “명분 위한 면피성 조치”

北, 남북관계 개선 우회로 모색… 일각 “명분 위한 면피성 조치”

입력 2013-07-04 00:00
업데이트 2013-07-0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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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방북허용·판문점 연락채널 복원 속내는

‘대화신호인가, 책임회피용 면피성 조치인가.’

시름에 잠긴 개성공단
시름에 잠긴 개성공단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책회의에 참석한 문창섭 ‘개성공단정상화촉구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북한이 3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과 개성공단관리위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한 배경을 놓고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은 이날 우리 측에 전통문을 보내 “장마철 공단 설비·자재 피해와 관련, 기업 관계자들의 긴급 대책 수립을 위한 공단 방문을 허용하겠다”며 “방문 날짜를 알려주면 통행·통신 등 필요한 보장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개성공단관리위 관계자들이 함께 방문해도 좋다며 방문기간 중 필요한 협의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전달했다. 우리 정부는 즉각적인 답변을 유보한 채 북한의 의도 분석에 들어갔다. 장마철 개성공단 대책도 시급하지만 일단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고위급 대화 등을 원하는 북한이 남북관계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선 먼저 미국 측의 요구대로 남북관계부터 풀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남북관계를 적당히 관리하면서 북·미 고위급 대화나 6자회담에 집중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주기업인들의 방북 협의를 위한 남북 간 접촉이 실질적 대화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개성공단과 관련해 자신들은 필요한 조치를 다 취했다는 명분을 확보하는 게 우선적인 목적인 것 같다”면서 “북한의 제안을 매개로 남북 당국이 대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전통문에서 기업인들의 방북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개성공단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 등에 대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전통문을 보낼 때도 수신인을 우리 정부 당국이 아닌 개성공단 입주기업협회와 개성공단관리위로 특정했다. 진정 당국 간 대화 의지가 있었다면 실무회담을 제안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만 판문점 연락채널이 지난달 12일 불통된 이후 22일 만에 재가동된 만큼 일단 남북 대화의 창구는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매일 정해진 시간마다 판문점 채널을 통해 북한에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를 거절하던 북한이 이날 오후 갑자기 전화를 받고 전통문을 보낼 게 있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입장을 정리해 4일쯤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입주기업들이 남북 당국에 ‘최후통첩’을 하면서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데 대해 통일부는 “아직까지 북한이 남북 당국 간 대화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기업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3-07-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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